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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야신과 조갈량의 지략대결

등록 2009-09-01 19:06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소년의 눈에 감독은 무서웠다. 똑바로 얼굴을 쳐다볼 수도 없었다. 몸담고 있던 야구부가 해체된 뒤 전학 온 상황이라 더욱 그랬다. 훈련은 매서웠다. 눈뜨자마자 유니폼 입고 준비시간 20분 후 죽어라 훈련을 했다. 겨울에는 하루 13시간씩 고된 훈련이 이어졌다. 그래도 불평은 하지 않았다. 연습하는 만큼 실력이 늘었기 때문이다. 감독은 소년을 “소프트웨어가 훌륭했던 선수”로 기억한다. 야구 감각이 그만큼 탁월했다. 어린 선수치곤 야구 지식도 해박했다. 프로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했던 벤치 작전을 그는 다 이해했다. 감독은 “경기에 지면 밤새 우는 등 승부욕도 남달랐다”고 회상했다.

소년은 자라 청년이 됐다. 꿈에 그리던 프로야구단에도 입단했다. 그곳에 그의 고교 스승이 있었다. 감독은 아니었고 투수코치로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너무 반가웠다. 옛스승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뿌듯했다. 얼마 지나 투수코치였던 스승은 감독이 됐다. 연습량은 아마추어 때와 비슷했다. 하루 일과는 연습으로 시작해 연습으로 끝났다. 그래도 한번 경험했던 일이라 힘든 줄은 몰랐다. 감독에게 그는 “그라운드 총사령관인 포수로서 다른 선수들을 이끌 줄 아는 선수”였다. 또한, “타자와의 수싸움에 능해 볼이 되는 공으로도 타자를 잡아내던 포수”였다. 가끔씩 감독은 그를 감독실로 불렀다. 그날 경기 상황부터 투수운용에 대한 전반적인 사안까지 야구이야기로 몇시간이 흐르곤 했다.

1976년 대구 대건고 야구부가 갑작스레 해체되면서 충암고 사제지간으로 시작된 에스케이 김성근 감독과 기아 조범현 감독. 감독과 선수의 관계로 인연을 맺은 그들은 이제 리그 우승을 다투는 명장이 됐다. 김 감독은 애제자이기도 한 조 감독에 대해 “선수단 전체를 꿰뚫고 아우르는 능력이 있다. 이젠 내 머리 위에서 논다”며 싫지 않은 웃음을 내보였다. 조 감독은 치열한 순위 경쟁 탓인지 “아직은 감독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사뭇 조심스러워했다.

김성근 감독에게 따라붙는 별칭은 ‘야신’(야구의 신)이다. 기아팬들은 조범현 감독을 <삼국지>의 제갈량에 빗대 ‘조갈량’이라고 부른다. 대타작전 등이 기막히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2009 프로야구 정규리그 우승을 가름할 두 차례의 경기(8·9일 광주)에서 펼쳐질 야신과 조갈량의 지략 대결이 자못 기다려진다.

김양희 기자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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