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곤 엘지 트레이너(왼쪽)가 어깨 부상으로 재활군에 있는 박명환의 스트레칭을 도와주고 있다.
LG 김병곤 재활트레이너
6일 오후 엘지 구리챔피언스파크. 한 무리의 선수들이 보조 구장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다. 엘지 우완 에이스 박명환과 기대주였던 ‘눈물의 사나이’ 이형종도 있다. 곁에서 그들을 유심히 지켜보는 이는 김병곤(38) 재활 트레이너. 선수들 몸짓 하나 하나에 그의 눈은 고정된다. “김 트레이너는 ‘스낫트레이너’예요. 스치면 낫는 트레이너죠.” 무릎 통증으로 재활군에 속해 있는 김광삼이 그를 치켜세운다. 김 트레이너는 싫지 않은 미소를 보였다.
선수단 10%는 늘 재활중
“마음 추슬러주는게 우선” 재활 끝 1군 복귀때 뭉클
“몸 아낄 줄 알아야 프로” 프로야구단에는 보통 체육학과나 물리치료학과 출신의 트레이너가 다섯 명 있다. 1군 세 명, 2군 한 명, 그리고 재활군에 한 명. 엘지는 김용일 트레이닝코치까지 합류해 다른 구단보다 트레이너가 한 명 더 많다. 1·2군 트레이너는 보통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절하거나 부상정도를 파악해 팀 재합류 기간을 산출해낸다. 1군 엔트리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판단은 빠르되 조심스러워야 한다. 재활 트레이너는 몸과 마음을 다친 선수들을 무사히 1·2군으로 올려보내야 하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김 트레이너는 “부상 당한 선수들은 몸도 문제지만 의욕이 많이 떨어져 있다. 마음을 추슬러주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이형종 처럼 재활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눈물을 쏟는 선수도 더러 있어 그때마다 그는 곁에서 등을 토닥여주는 맏형 역할을 해주곤 한다.
현재 엘지 재활군에 속한 선수는 11명. 각 팀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선수단의 10% 정도가 재활군에 있다고 보면 된다. 그들 중 어깨·팔꿈치 등을 부상당한 선수가 60% 이상을 차지한다. 부상도 계절을 타는데, 스프링캠프때는 재활군이 거의 없다가 점점 늘어나 5~6월이 되면 정점을 이룬 뒤 다시 줄어든다. 시즌이 끝날 때 즈음해서도 늘어나는 편이다. 김 트레이너는 “팀 성적도 무관치 않은데, 성적이 좋으면 재활군에 선수들이 별로 없다. 하지만, 성적이 나쁘면 재활군이 북적인다”고 했다. 엘지는 한때 스무명 안팎의 선수들이 재활군에 속했던 적도 있었다. 훈련강도가 높기로 소문난 김성근 감독이 물러난 다음해였다. 김병곤 트레이너는 유독 큰 부상을 당한 선수들을 상대해 왔다. 양쪽 고관절 수술로 “선수생활이 끝났다”는 평가를 받은 김재현(SK)이나 5년 동안 3번이나 팔꿈치에 칼을 댄 이동현이 그의 손을 거쳤다. 특히 김재현은 각별한 사이다. 7~8개월 동안 거의 하루도 안 빠지고 둘이 함께 했다. 재활을 막 시작했을 때는 허리를 못 굽히는 김재현을 위해 바지를 입히고 양말과 신발을 신기기도 했다. 그는 “지금은 다른 팀에 있지만, 김재현이 잘하면 기분이 좋다”고 했다. 5년여 시간을 넘게 함께 보낸 이동현 또한 그를 뭉클하게 만든다. 이동현이 오랜 재활 끝에 1군에 처음 등판한 뒤 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그는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김병곤 트레이너는 “지리하게 반복되는 훈련과 시간이 선수들로 하여금 야구를 갈구하게 만든다”며 “그런 과정을 통해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해진다”고 했다. 이어 “다치는 선수만 유독 다치는 경향이 있는데, 빨리 그라운드에 서고픈 선수의 마음과 승리를 위해 그 선수를 기용하고픈 감독의 마음이 통해서인 것 같다. 선수들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조금은 이기적일지라도 스스로의 몸을 아낄 줄 알았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물론, “재활군에 아무도 없어서 할 일이 없어도 좋으니 제발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이 아프면 나도 아프기 때문”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구리/글·사진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마음 추슬러주는게 우선” 재활 끝 1군 복귀때 뭉클
“몸 아낄 줄 알아야 프로” 프로야구단에는 보통 체육학과나 물리치료학과 출신의 트레이너가 다섯 명 있다. 1군 세 명, 2군 한 명, 그리고 재활군에 한 명. 엘지는 김용일 트레이닝코치까지 합류해 다른 구단보다 트레이너가 한 명 더 많다. 1·2군 트레이너는 보통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절하거나 부상정도를 파악해 팀 재합류 기간을 산출해낸다. 1군 엔트리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판단은 빠르되 조심스러워야 한다. 재활 트레이너는 몸과 마음을 다친 선수들을 무사히 1·2군으로 올려보내야 하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김 트레이너는 “부상 당한 선수들은 몸도 문제지만 의욕이 많이 떨어져 있다. 마음을 추슬러주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이형종 처럼 재활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눈물을 쏟는 선수도 더러 있어 그때마다 그는 곁에서 등을 토닥여주는 맏형 역할을 해주곤 한다.
현재 엘지 재활군에 속한 선수는 11명. 각 팀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선수단의 10% 정도가 재활군에 있다고 보면 된다. 그들 중 어깨·팔꿈치 등을 부상당한 선수가 60% 이상을 차지한다. 부상도 계절을 타는데, 스프링캠프때는 재활군이 거의 없다가 점점 늘어나 5~6월이 되면 정점을 이룬 뒤 다시 줄어든다. 시즌이 끝날 때 즈음해서도 늘어나는 편이다. 김 트레이너는 “팀 성적도 무관치 않은데, 성적이 좋으면 재활군에 선수들이 별로 없다. 하지만, 성적이 나쁘면 재활군이 북적인다”고 했다. 엘지는 한때 스무명 안팎의 선수들이 재활군에 속했던 적도 있었다. 훈련강도가 높기로 소문난 김성근 감독이 물러난 다음해였다. 김병곤 트레이너는 유독 큰 부상을 당한 선수들을 상대해 왔다. 양쪽 고관절 수술로 “선수생활이 끝났다”는 평가를 받은 김재현(SK)이나 5년 동안 3번이나 팔꿈치에 칼을 댄 이동현이 그의 손을 거쳤다. 특히 김재현은 각별한 사이다. 7~8개월 동안 거의 하루도 안 빠지고 둘이 함께 했다. 재활을 막 시작했을 때는 허리를 못 굽히는 김재현을 위해 바지를 입히고 양말과 신발을 신기기도 했다. 그는 “지금은 다른 팀에 있지만, 김재현이 잘하면 기분이 좋다”고 했다. 5년여 시간을 넘게 함께 보낸 이동현 또한 그를 뭉클하게 만든다. 이동현이 오랜 재활 끝에 1군에 처음 등판한 뒤 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그는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김병곤 트레이너는 “지리하게 반복되는 훈련과 시간이 선수들로 하여금 야구를 갈구하게 만든다”며 “그런 과정을 통해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해진다”고 했다. 이어 “다치는 선수만 유독 다치는 경향이 있는데, 빨리 그라운드에 서고픈 선수의 마음과 승리를 위해 그 선수를 기용하고픈 감독의 마음이 통해서인 것 같다. 선수들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조금은 이기적일지라도 스스로의 몸을 아낄 줄 알았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물론, “재활군에 아무도 없어서 할 일이 없어도 좋으니 제발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이 아프면 나도 아프기 때문”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구리/글·사진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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