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기아 신고선수(연습생) 이명환(24)은 최근 기분이 좋다. 그는 19일 춘천에서 열린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비록 2군 올스타전이지만, ‘별 중의 별’로 뽑힌 것이다. 아마추어 시절에도 경험하지 못한 큰 상이다. 상금 100만원도 받아 모처럼 어머니께 드릴 용돈이 생겼다. 쉬는 날,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전화 인터뷰 요청이 왔다. 그에겐 모두 생소한 경험이다. ‘신고선수’라는 꼬리표에 담긴 의미처럼, 그의 야구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대구고 졸업 뒤에도, 한양대 졸업 뒤에도 프로구단은 그를 지명해주지 않았다. ‘혹시’라는 기대를 품었다가 늘 좌절했다. 그렇다고 야구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새벽이슬을 맞아가면서 나 홀로 훈련했던 게 너무 아까웠다. 일본 독립리그 입단테스트를 봤고, 경찰청 입단도 생각했다. 다행히 기아에서 신고선수로 받아줘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에는 심하게 아팠다. 부족한 점을 빨리 채우려는 욕심에 “정말 무식하게 훈련한 탓”이었다. ‘연습벌레’라는 별명처럼 악으로, 깡으로 방망이를 수백 차례 돌렸다. 손바닥이 물러 터지는 것은 예사였다. 왼손목 인대가 늘어나는 것도 몰랐다. 하지만 아프다는 내색을 못했다. 부상이 알려지면 방출당할까 두려웠다. 신고선수에겐 야박한 게 프로야구 현실이다. 아픔을 못 느끼게 손목에 테이프를 칭칭 감고 마무리 훈련을 소화했다. 손목이 지금은 다 나았다. 돌이켜보면, 중학교 때까지 그는 야구를 대충 했다. 프로선수가 되면 좋고, 안 돼도 그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부터 달라졌다. 열심히 하니 실력이 늘었고, 그만큼 보람도 생겼다. 강민호, 박석민 등 잘하는 동기들을 거울삼아 투지를 불태웠다. 힘들었지만, 힘든 만큼 야구라는 것에 눈을 떴다. 너무 야구가 안 되면 ‘왜 안 되지’ 하는 마음에 구석진 곳에서 혼자 눈물도 여러 차례 삼켰다. 이명환은 야구의 가장 큰 매력이 홈런이라고 했다. 자신의 방망이를 맞고 퉁겨져 나간 공이 하늘 위로 날아가는 것을 보면 몇 년 동안 힘들거나 아팠던 기억이 다 날아간다. 그는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9회 자신의 타구가 담장 밖으로 넘어가는 것을 바라봤다. 그의 야구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조만간 1군 무대에서도 그런 기분을 느낄 순간이 오기를 그는 간절히 바란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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