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야구·MLB

신고선수 이명환의 ‘달콤한 홈런’

등록 2009-07-21 22:06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기아 신고선수(연습생) 이명환(24)은 최근 기분이 좋다. 그는 19일 춘천에서 열린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비록 2군 올스타전이지만, ‘별 중의 별’로 뽑힌 것이다. 아마추어 시절에도 경험하지 못한 큰 상이다. 상금 100만원도 받아 모처럼 어머니께 드릴 용돈이 생겼다. 쉬는 날,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전화 인터뷰 요청이 왔다. 그에겐 모두 생소한 경험이다.

‘신고선수’라는 꼬리표에 담긴 의미처럼, 그의 야구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대구고 졸업 뒤에도, 한양대 졸업 뒤에도 프로구단은 그를 지명해주지 않았다. ‘혹시’라는 기대를 품었다가 늘 좌절했다. 그렇다고 야구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새벽이슬을 맞아가면서 나 홀로 훈련했던 게 너무 아까웠다. 일본 독립리그 입단테스트를 봤고, 경찰청 입단도 생각했다. 다행히 기아에서 신고선수로 받아줘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에는 심하게 아팠다. 부족한 점을 빨리 채우려는 욕심에 “정말 무식하게 훈련한 탓”이었다. ‘연습벌레’라는 별명처럼 악으로, 깡으로 방망이를 수백 차례 돌렸다. 손바닥이 물러 터지는 것은 예사였다. 왼손목 인대가 늘어나는 것도 몰랐다. 하지만 아프다는 내색을 못했다. 부상이 알려지면 방출당할까 두려웠다. 신고선수에겐 야박한 게 프로야구 현실이다. 아픔을 못 느끼게 손목에 테이프를 칭칭 감고 마무리 훈련을 소화했다. 손목이 지금은 다 나았다.

돌이켜보면, 중학교 때까지 그는 야구를 대충 했다. 프로선수가 되면 좋고, 안 돼도 그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부터 달라졌다. 열심히 하니 실력이 늘었고, 그만큼 보람도 생겼다. 강민호, 박석민 등 잘하는 동기들을 거울삼아 투지를 불태웠다. 힘들었지만, 힘든 만큼 야구라는 것에 눈을 떴다. 너무 야구가 안 되면 ‘왜 안 되지’ 하는 마음에 구석진 곳에서 혼자 눈물도 여러 차례 삼켰다.

이명환은 야구의 가장 큰 매력이 홈런이라고 했다. 자신의 방망이를 맞고 퉁겨져 나간 공이 하늘 위로 날아가는 것을 보면 몇 년 동안 힘들거나 아팠던 기억이 다 날아간다. 그는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9회 자신의 타구가 담장 밖으로 넘어가는 것을 바라봤다. 그의 야구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조만간 1군 무대에서도 그런 기분을 느낄 순간이 오기를 그는 간절히 바란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2.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3.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4.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5.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