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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이종범이 20년 후배 안치홍에게

등록 2009-07-14 20:44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기아 베테랑 이종범(39)과 신인 안치홍(19)은 스무 살 차이다. 나이 어린 선수들의 ‘로망’이었던 이종범이 팀내 최고 기대주인 안치홍에게 평소 하고팠던 이야기를 편지 형식으로 풀어 본다. 둘은 나란히 올스타전 베스트10에도 뽑혔다.

두 달 전엔가, 광주구장에서 경기를 끝내고 외야석 뒤편에 세워진 차로 가고 있는데 누군가 내게 달려오더구나. 중년의 부부셨는데, “아들을 많이 가르쳐줘서 너무 고맙다”면서 인사를 건네 깜짝 놀랐지. 알고 보니 너의 부모님이셨어. 그동안 많이 챙겨주지 못했는데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했단다. 물론, 부모님께 “치홍이는 지금도 잘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해드렸지. 경기할 때 내가 했던 조언들이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다.

지난겨울부터 지켜본 너는, 참 괜찮은 후배였어. 어린데도 훈련량이 많거나 힘들어도 꾀부리지 않고 불평 한 번 안했으니까. 열심히 하는 모습에 내가 아는 야구 기술을 막 가르쳐주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 손목 힘이 좋고 하체도 튼튼하고, 발도 느린 게 아니니까 앞으로 네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봐.

방망이는 이미 프로에 적응한 것 같고 수비나 주루 플레이는 앞으로 더 보완해야겠지만, 아직 신인이니까 괜찮아. 내가 평소에도 말했듯이, 수비할 때는 다음 동작을 생각해야 돼. 공을 잡는 게 다는 아니지. 아마추어 때 유격수만 하다가 2루수를 보니까, 수비 범위도 다르고 병살 플레이도 어색하겠지만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점점 나아질 거야. 실수해도 괜찮아. 넌 익숙해지는 과정에 있으니까.

도루할 때는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안 돼. ‘산다’는 생각으로 뛰어야 해. 스스로 경기를 연출할 수도 있어야 하거든. 더그아웃에 있더라도 항상 마운드 위의 투수 습관 등을 잘 연구하면 도루 센스가 늘게 될 거야. 형도 그랬으니까. 최근에는 1번 타자로 나오니까,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둘러야 돼. 1번 타자는 땅볼을 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삼진을 당하면 안 돼.

치홍아, 너는 지금 아주 잘하고 있어. 하지만, 한 가지는 말해주고 싶구나.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고개를 떨구지는 말라고. 한두 번 네 실수 때문에 팀이 졌을 때 더그아웃에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면서 든 생각이란다. 실수를 해도 당당하게 맞서고 좌절하지는 마라. 우리 팀은 앞으로 너 때문에 웃을 날이 더 많을 거라고 형은 믿으니까.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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