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완
박경완 부상 뒤 6승1패
SK ‘젊은 피의 재발견’
SK ‘젊은 피의 재발견’
지난 24일 박경완(사진)이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시즌을 접자, 에스케이 안팎에서 ‘불안하다’는 소리가 나왔다. “에스케이 전력의 절반 이상”이라고 평가받는 안방마님 박경완의 공백은 젊은 투수들이 많은 에스케이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백업포수 정상호는, 포수보다는 대타로 많이 기용되던 터였다.
하지만, 박경완 부상 이후 에스케이는 2일까지 6승1패의 성적을 올렸다. 엘지, 한화 등 비교적 약팀과 상대한 이유도 있었지만, 팀 분위기는 달라져 있다. 김성근 에스케이 감독은 이를 두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이들이 알아서 씩씩하게 제 살길 찾아가는 격“이라는 표현을 썼다. 선수들의 변한 모습에 놀라워하면서도 기뻐하는 눈치였다.
김 감독은 2일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 쓰는 수첩을 하나 펼쳐 보였다. 거기에는 낙서처럼 K와 B, 그리고 동그라미가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었다. 전날(1일) 선발 고효준과 포수 정상호의 볼배합을 적으며 스탠딩 삼진인 경우에는 동그라미를 그린 것이었다. 김 감독은 “스탠딩 삼진은 타자가 전혀 예상치 못한 공이 날아왔다는 거다. 곧, 포수의 볼배합으로 이긴 것”이라며 “정상호의 볼배합이 흥미로워 수첩에 적었다. 벤치 사인은 전혀 내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어 지난 27일 엘지전에 선발 등판했던 김광현에 대한 얘기도 꺼냈다. 김광현은 지난해까지 엘지전 1승3패로 약했지만, 시즌 첫 엘지전 등판이던 이날은 8⅔이닝 7피안타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김 감독은 “광현이가 이날 던지는 공을 보고 깜짝 놀랐다. 포수 사인에 고개를 흔들고 뜻밖의 공을 던져 타자를 잡더라”고 했다. 김광현 또한 든든한 조력자(박경완) 없이 진정한 에이스가 되는 법을 터득해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두산에서 에스케이로 이적한 안경현은 “에스케이 선수들 하나 하나가 경기에서 이기는 방법을 안다”며 혀를 내두른 적이 있다. 전력의 핵심은 잃었지만, 또다른 승리 방정식을 만들어가고 있는 에스케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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