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탈삼진 부문을 보면 조정훈(롯데)을 빼고는 왼손 투수가 상위권에 올라 있다. 이들은 강속구 투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빠른 직구 외에 이들은 결정적일 때 승부구로 어떤 변화구를 던질까. 그리고 어떤 투수의 어떤 구질을 부러워할까.
탈삼진 상위 좌완투수 5명
저마다 조금씩 다른 ‘그립’ ■ 김광현-슬라이더 김광현(SK)의 슬라이더는 왼손 타자 바깥쪽으로 휘어지면서 헛스윙을 유도한다. 커브처럼 아래로도 떨어져 더 위력적이다. 그는 다른 선수와 다르게 슬라이더 그립을 잡는데, 자세한 것은 “영업비밀”이라서 말해줄 수 없단다. 김광현은 같은 팀 송은범이 던지는 커브가 부럽다. 자신은 아무리 커브를 던져도 거의 볼이 되기 때문이다. 선배들에게 매달려 던지는 방법을 수십 차례 배웠지만, 영 스트라이크존에 꽂히지 않는다. 그는 “투수마다 커브 그립 잡는 게 다르다. 슬라이더처럼 언젠가 나에게 맞는 커브 그립을 찾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 봉중근-너클커브 봉중근(LG)은 기본적인 커브 그립에서 검지를 찍듯이 해서 던진다. 커브와 그다지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아래로 떨어지는 각도가 더 커보인다. 직구와 섞어 던지면 재미를 톡톡히 본다. 봉중근이 부러워하는 구질은 김광현이나 장원삼(히어로즈)이 던지는 슬라이더이다. “상하 변화가 심해서 왼손 타자를 효과적으로 상대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이유를 댄다. 현재 연습 때 시험 삼아 뿌려보면서 익혀나가고 있다.
■ 류현진-서클체인지업 류현진(한화)은 한화 입단 직후 대선배 구대성으로부터 명품 서클체인지업을 전수받았다. 그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떨어지는 130㎞ 초 반대 서클체인지업으로 베이징올림픽 때나 세계야구클래식(WBC) 때 상대 강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서클체인지업 외에도 슬라이더나 커브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류현진은 조정훈이나 송승준(이상 롯데)이 던지는 포크볼이 부럽지만, 배우고 싶은 마음은 그다지 없단다.
다른 선수 ‘무기’ 부러워
시험삼아 던져보며 익혀
■ 고효준-포크볼 검지와 중지 사이에 공을 끼어서 던지는 포크볼은 직구처럼 날아오다가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게 특징이다. 고효준(SK)은 다른 선수와 달리 포크볼을 던질 때 다섯 손가락을 모두 이용해 공을 움켜쥔다. “공의 움직임이 더 많아진다”는 게 고효준의 설명. 그는 김광현의 슬라이더나, 이승호(SK)의 슬로 커브 등에 욕심이 난다. 몇 번씩 슬로 커브에 좌절을 맛본 그는 “슬로 커브는 감각을 타고나지 않으면 던지기 힘든 공 같다”고 푸념한다.
■ 양현종-체인지업 양현종(KIA)은 볼카운트가 유리할 때는 체인지업으로 유인해 헛스윙 삼진을 잡고, 불리할 때는 최고 151㎞에 이르는 직구로 상대를 윽박지른다. 지난해부터 던지기 시작한 체인지업이 올해 완전히 물이 올랐다.
양현종도 임태훈(두산)이 던지는 슬로 커브가 부럽다. “체인지업이 있기는 하지만, 빠른 직구가 위력을 발휘하려면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더 느린 볼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저마다 조금씩 다른 ‘그립’ ■ 김광현-슬라이더 김광현(SK)의 슬라이더는 왼손 타자 바깥쪽으로 휘어지면서 헛스윙을 유도한다. 커브처럼 아래로도 떨어져 더 위력적이다. 그는 다른 선수와 다르게 슬라이더 그립을 잡는데, 자세한 것은 “영업비밀”이라서 말해줄 수 없단다. 김광현은 같은 팀 송은범이 던지는 커브가 부럽다. 자신은 아무리 커브를 던져도 거의 볼이 되기 때문이다. 선배들에게 매달려 던지는 방법을 수십 차례 배웠지만, 영 스트라이크존에 꽂히지 않는다. 그는 “투수마다 커브 그립 잡는 게 다르다. 슬라이더처럼 언젠가 나에게 맞는 커브 그립을 찾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왼손 투수가 던졌을 때 슬라이더 궤적(1)과 커브 궤적(2).
다른 선수 ‘무기’ 부러워
시험삼아 던져보며 익혀
LG 봉중근의 너클커브 그립(위)과 SK 고효준의 포크볼 그립(아래). 둘 모두 그립 잡는 법이 다른 투수들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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