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140㎞ 속도로 날아오는 공에 맞으면 어떻게 될까. 그나마 근육이 두꺼운 곳이면 멍만 들겠지만, 뼈에라도 맞게되면 부러지거나 금이 갈 수 있다. 빠르게 회전하면서 날아오는 공을 맞으면 살갗이 벗겨지고, 간혹 야구공 실밥 자국이 선명하게 찍히기도 한다. 지난 4월 미 고교 야구에서는 투수가 던진 공이 헬멧 밑을 강타해 열여섯 살 어린 선수가 숨지는 불상사도 있었다. 무게는 고작 140g에 지나지 않지만 야구공으로 인한 부상은 상당히 치명적이다. 에스케이 최정은 올해 열네 차례나 공에 맞았다. 다행히 골절상은 피했지만, 몸 여기저기가 멍투성이다. 스스로 “만신창이가 됐다”고 말한다. 한 번은 시속 150㎞ 가까운 공도 맞아봤다. 왜 자주 맞느냐는 물음에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공이 날아온다”고 푸념한다. 최정은 현재 가장 최근 봉중근(LG)에게 맞은 무릎 물렁뼈를 치료 중이다. 최정 다음으로 많이 맞은 선수는 김태완(한화·10개)이다. 통산 최다 사구 기록(161개)과 시즌 최다 사구 기록(31개·1999년)은 모두 박종호(LG)가 갖고 있다. 1999년은 박종호가 데뷔 첫 3할 타율을 기록했던 때다. 타율 0.340이었던 2000년에도 12차례나 공을 맞았다. 잘 때리다 보니 견제를 위해 몸쪽 공이 많이 날아왔다고 할 수 있다. 박종호는 “당시 젊었을 때니까 공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었다. 공을 맞으면 1루로 그냥 걸어나갈 수 있으니까 공 맞는 것을 즐겼다”고 했다. 안 아프게 공 맞는 요령이 있을까. 박종호는 “엉덩이 부위는 맞아도 침 맞을 때처럼 따끔할 뿐”이라며 “대신 허리 밑에 맞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종아리 밑 쪽에 공을 맞으면 근육이 뭉쳐서 뛸 때 근육 경련이 일어날 수 있다. 2~3일 정도 경기에 결장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파이터 기질이 있는 선수들은 타석에 바짝 붙어 일부러 몸에 맞는 경우도 있지만, 몸에 맞는 공은 잘 치는 타자들이 견뎌내야 할 일종의 성장통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장타력을 갖춘 타자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통산 사구 순위를 보면, 이는 더 뚜렷해진다. 피하느냐, 맞느냐 선택에서 정답은 없다. 다만, 몸쪽 공에 당당히 맞서면서 요령 있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할 뿐이다.
김양희 기자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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