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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소통 없는 야구는 고통스럽다

등록 2009-06-09 17:56

김양희 기자
김양희 기자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한화 중견수 추승우와 좌익수 연경흠은 7일 머리를 짧게 자르고 대전구장에 나왔다. 전날 그들은 3회 수비 때 좌중간에 뜬 공을 서로 잡으려다 부딪혀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기록상으로는 3루타였지만, 콜플레이만 제대로 이뤄졌다면 쉽게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 한화의 4연승도 거기서 끝이 났다.

7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번엔 에스케이 중견수 김강민과 우익수 박정권이 우중간으로 뜬 타구를 잡으려다 충돌했다. 투아웃 상황이었기에 1·2루 주자들은 모두 홈으로 들어왔다. 실책이 아닌 2루타로 기록되며 실점은 고스란히 선발 김광현의 몫이 됐다. 9회 역전이 될 때까지 박정권의 얼굴은 내내 어두웠다. 실책성 플레이로 김광현의 연승행진이 ‘13’에서 끊어질 뻔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두산 중견수 이종욱은 턱관절 골절로 5일 수술을 받았다. 2일 기아전에서 김종국의 짧은 외야뜬공을 잡으려다 2루수 김재호의 왼쪽 무릎에 턱을 강타당했다. 서로 공만 쫓다 미처 상대를 보지 못한 결과였다. 뒤에 김경문 두산 감독은 “콜플레이를 잘 했어야 하는데 …”라며 아쉬워했다. 이종욱은 물론 동료가 옆에서 쓰러진 것을 지켜본 김재호도 심리적으로 편할 리 없었다. 2군으로 내려간 뒤 정신적 후유증으로 심리치료까지 받았다는 후문이다.

야구의 고향, 미국의 야구교본에는 뜬공에 대한 수비 방법에 대해 이렇게 적혀 있다. ‘공이 뜨면 누구든 반드시 콜을 해야 한다. 내야와 외야 사이에 뜬 공에 대해서는 외야수가 우선권이 있다. 내야수는 공을 쫓아 가되 외야수가 콜을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좌중간이나 우중간으로 뜬 공은 중견수가 우선권을 갖는다.’ 야구 교본은 기술과 함께 소통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요시무라 사다아키 현 요미우리 2군 감독은 외야 수비 도중 발생한 수비수 사이의 충돌로 무릎십자인대 등이 파열되며 현역에서 은퇴해야 했다. 야구는 몸으로 부딪히면서 하는 운동이지만, 입과 귀를 열고 있지 않으면 큰 사고가 난다. 승패를 넘어 자칫 선수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소통은 비단 야구에만 필요한 것은 아닐게다. 입과 귀, 그리고 눈을 닫았을 때의 위험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김양희 기자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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