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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공 맞아 쇄골 벌어졌지만…오늘도 “플레이볼”

등록 2009-05-29 19:03수정 2009-05-29 19:16

프로야구 심판들의 수다
프로야구 심판들의 수다
프로야구 심판들의 수다
■ 1시간30분 전

28일 에스케이-기아전이 열리기 전인 오후 5시 문학구장. 최저연봉이 2천만원인 심판들이 대기하는 심판실. 이날 주심을 맡게 된 10년 경력의 박종철 심판(38)이 열심히 신발을 닦고 있다. 주심의 신발은 다른 심판의 것과는 다르다. 단단한 발등 보호대가 달렸다. 발목 보호대까지 합하면 무게가 얼추 2~3㎏. “진짜 무겁다”며 너스레를 떤다. 가슴 보호대 안쪽엔 별도로 두꺼운 스펀지를 부착한다. 팔뚝에도 보호대를 두 개나 찬다. 언제 140㎞ 넘는 공이 몸으로 날아올지 몰라 사비를 털어 마련한 것들이다.

전날 주심을 봐서 이날 대기심이 된 문승훈 심판(43·경력 16년)은 “하도 공을 많이 맞아 목 아래 쇄골 사이가 2㎝ 이상 벌어졌다”며 허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곁에 있는 전일수 심판(경력 13년)은 몇 주 전 손등에 공을 맞아 뼈에 금이 갔는데도 모르고 계속 그라운드에 섰다. 그래도 지난해 5월에 브룸바(히어로즈)가 친 파울볼에 급소를 정통으로 맞았을 때보다는 낫단다. “그때 그냥 그라운드에 쓰러져서 바로 교체됐어요. 낭심 보호대까지 깨졌다니까요.”

■ 1시간10분 전

윤상원 심판(33·경력 8년)이 양 팀의 오더를 받으러 나간다. 오더 교환에는 보통 막내들이 참석한다. 오석환 심판(45·경력 19년)이 “양 팀 감독이나 선수들이 경력이 짧은 심판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오더 교환 때 얼굴을 많이 내비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시범경기 때는 오더 교환을 위해 두 명의 심판이 나가기도 한다.

경기 시간이 가까워지면 심판들은 물도 잘 안 마신다. 혹여 배탈이 날까 금기시되는 음식도 많다. 특히 여름철에는 숙주나물, 꼬막, 초밥 등 쉽게 상할 수 있는 음식은 멀리 한다. 오 심판은 “클리닝타임이 없던 80년대는 생리현상을 참지 못해 경기 중 그라운드 위에서 실례를 했던 선배들도 있었다”며 “그냥 그 자리에서 바지를 털고 계속 심판을 봤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프로야구 심판들의 수다
프로야구 심판들의 수다
■ 45분 전

5명의 심판들이 번갈아 가며 화장실로 향한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경기 시작시간이 다가오면서 주심인 박 심판의 얼굴이 점차 굳어진다. 그의 표정은 내내 심각했다. “마인드 컨트롤중”이라고 했다. 주심은 경기 전 그날 선발 등판 선수들이 잘 던지는 공에 대해 여러번 되새김질을 한다. 구질의 각도나 방향 등을 머릿속에 미리 저장해 판정 실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때문에, 외국인 선수들이 첫 등판하는 날이면 심판도 덩달아 긴장하곤 한다.

조심스레 보상 판정에 대해 물었다. 오 심판은 “심판들 사이에는 가슴에 새기는 명언이 하나 있다. ‘한 번 실수는 한 번으로 끝내라’는 것이다. 절대 그런 것은 없다”고 했다. 전 심판도 “스트라이크 판정을 놓친 뒤 홈런 같은 게 나오면 ‘아차’ 싶기도 하다. 하지만, 실수를 만회하려 하면 계속 실수가 나온다”고 고개를 저었다. 최근 홈플레이트에서 잇따른 오심으로 10경기 출장정지를 받은 김성철 심판에 대해 문 심판은 “실수 뒤에 더 잘보려고 계속 긴장한 게 오히려 해가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어느새 관중과 중계 카메라, 그리고 인터넷은 그들의 ‘잠재적인 적’이 되어 있다. 스트라이크 판정부터 홈플레이트 아웃 판정까지 야유와 온갖 욕설을 하는 팬들. 그리고 슬로비디오로 끊임없이 심판 판정에 의문부호를 다는 텔레비전 카메라. 온라인에서 가족 이름까지 들먹이며 인신공격을 해대는 누리꾼들.

문 심판은 “사람들은 오심률 0%를 바라지만, 심판도 사람의 눈을 가진 같은 사람이다. 판정 실수로 가해지는 비판들이 너무 가혹하다”고 섭섭해 했다. 심판실에 잠깐 들른 김태선 기록위원은 “스트레스 때문인지 심판 출신들은 대부분 60세 초반에 단명했다”고 귀뜸했다.

■ 5분 전

오후 6시25분. 하나둘씩 심판실 문을 나서기 시작한다. 그라운드 위 포청천들의 눈빛이 날카로워지는 시간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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