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하나. 19일 현재 1위 에스케이와 2위 두산의 승차는 얼마일까.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제공하는 공식 순위표를 보면, 2.5경기다. 그러나 실제 에스케이와 두산의 승차는 1.5경기다. 두산이 2연승하고, 에스케이가 2연패하면, 두 팀은 순위를 맞바꾸게 된다. 전날(18일)까지 0.5경기차 3,4위였던 엘지와 기아는 19일 경기에서 기아가 이기고, 엘지가 패했음에도 공동 3위가 됐다.
혼란이 야기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야구위가 올 시즌 무승부를 패로 인정한 승률제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순위 선정 방식은 승률제로 바뀌었는데, 승차는 다승제 때와 똑같이 승패만을 갖고 산출하다 보니 현실과 동떨어진 승차가 나오는 것이다. 참으로 우스꽝스런 순위표가 아닐 수 없다. 분명 전날 순위표에서는 2경기차로 표기됐는데, 한 경기를 치르면 순위가 뒤바뀌는 상황도 나온다. 이 때문에, 야구팬들은 경기가 끝날 때마다 손수 승차를 계산해야만 하는 수고를 감내하고 있다. 순위에 민감한 8개 구단 코칭스태프나 선수들도 처지는 비슷하다.
한국야구위 관계자는 “승차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해도 무승부는 무승부이기 때문에 무승부를 패로 계산해 승차를 매기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 승률제에서 무승부는 ‘1패’ 이상의 어떤 의미도 없다는 점에서 승차 계산 때 패수에 더해주는 게 옳다. 승률이 같다고 해서 무승부가 많은 팀이 유리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가정이긴 하지만, 지금의 순위 결정제에서는 시즌 단 1패팀(1승 131무 1패)이 시즌 단 1승팀(1승 17무 115패)에 밀려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될 수도 있다. 승률이 같을 경우 무승부가 많은 팀의 순위가 높아지는 게 아니라, 두 팀 사이 승자승 원칙에 따라 순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순위 결정 방식을 시즌중에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승차를 현실적으로 바꿀 수는 있다. 한국야구위도 “기록을 맡고 있는 스포츠투아이에 의뢰하면 승차 계산 방법은 손쉽게 바꿀 수 있다”고 했다. 형식에 얽매인 순위표가 아니라, 현실에 맞는 친절한 순위표를 기다려본다.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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