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황재균, 최준석, 고효준
고효준, 탈삼진·승률 1위
최준석, 홈런 6개로 1위
황재균, 타율 1위·안타 2위
최준석, 홈런 6개로 1위
황재균, 타율 1위·안타 2위
지난 겨울, 에스케이 좌완투수 고효준(26)은 김성근 감독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러곤, 눈물을 글썽이며 “제발 다른 팀으로 보내달라”고 매달렸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프로 8년차 투수지만 그의 연봉은 2700만원. 출장을 많이 해야 연봉을 높일 기회가 생기는데, 에스케이에는 투수 경쟁이 심해 트레이드를 요구한 것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나랑 같이 한 번 더 해보자”며 다독였을뿐이다.
가족을 위해 다시 한 번 글러브 끈을 바짝 조여맨 고효준은 올 시즌 달라졌다. 제구력이 가다듬어지면서 주무기인 빠른 직구와 커브가 먹혀들고 있다. 21일 롯데전까지 올해 성적은 5경기 19⅓이닝 등판에 8안타 9볼넷 27탈삼진 4실점(2자책). 피안타율은 0.129에 지나지 않고 이닝당 삼진은 1.4개에 이른다. 21일 현재 평균자책·탈삼진·승률 1위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던지겠다”는 그의 각오가 빚어낸 결과다.
두산 최준석(26) 또한 올해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는 21일 현재 페타지니(LG) 등 외국인선수들을 제치고 홈런 1위(6개)를 달리고 있다. 겨우내 혹독한 훈련과 식이요법으로 10㎏ 이상 감량한 효과다. 둔한 몸 때문에 연신 헛방망이질을 해대던 옛날의 최준석이 아니다. 공을 고를 줄 알게 되면서 방망이 컨택능력도 좋아졌다. 그는 현재 홈런뿐만 아니라 타율(0.440·2위), 타점(16개·2위) 등에서도 상위권에 올라 있다.
히어로즈 황재균(22)도 4월을 달구는 깜짝 스타다. 그는 개막전 때부터 매경기 안타를 꾸준히 쳐오면서 현재 타율 1위(0.451), 최다안타 2위(23개)에 올라 있다. 지난해까지 이렇다할 활약이 없던 그는 김시진 감독이 다시 부임하고 정성훈이 엘지로 이적하면서 주전 3루수로 발탁됐고, 이후 제자리를 찾은 듯 펄펄 날고 있다. 황재균은 “타석에 서면 내가 살아나가야 팀이 산다는 생각을 한다. 지난해까지 주로 대타로 출전하다가 올해는 계속 경기에 출전하면서 마음이 편해진 것도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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