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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마흔살 끝이 아닌 시작

등록 2009-04-14 20:19

김양희 기자
김양희 기자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14일(한국시각) 열린 미국 프로야구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워싱턴 내셔널스의 경기 승리 투수는 제이미 모이어였다. 그는 1962년생으로 성준 롯데 투수코치나 이상군 한화 투수코치와 나이가 같다. 직구 스피드는 131㎞ 안팎에 지나지 않지만, 명품 체인지업으로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혼을 빼놓는다. 필라델피아 25명 로스터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루 마슨(23·포수)과 24살이나 차이가 나는 그는 “젊은 선수들과 있으면 나이는 잊게 된다”고 말한다.

지난주 일본 프로야구를 달군 이는 가네모토 도모아키(한신 타이거즈). 귀화한 재일교포 3세(한국명 김지헌)인 그는 8일 히로시마 도요카프전에 이어 10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전에서 3연타석 홈런을 쏘아올렸다. 일본 야구 최고령 기록(1968년 4월3일생)이었다. 가네모토는 1999년 이후부터 무교체 연속출장 세계기록도 이어오고 있다. 경기 도중 부상을 당하더라도 끝까지 그라운드를 지켰다. 해마다 기복없이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는 그는 현재 일본 국내 타자들 중 최고 대우를 받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개막 주간 베테랑 투수에 의해 대기록이 세워졌다. 한화 좌완 투수 송진우의 통산 3천이닝 투구기록이 그것이다. 20년 동안 매해 평균 150이닝을 던져야 이룰 수 있는 3천이닝 투구는 앞으로도 깨기 힘든 전무후무한 기록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1989년에 프로 데뷔한 송진우는 21년 동안 4만8936개의 공을 던진 끝에 3천이닝 투구를 이뤄냈다. 몇 년 전 인터뷰에서, “통산 200승과 3천이닝 투구는 꼭 달성해보고 싶다”고 말했던 그다. 실제 1965년생인 송진우의 한국 나이는 마흔 다섯. 시인 서정주는 마흔 다섯이 “귀신이 와 서는 것이 보이는 나이”라고 했건만, 송진우는 지나온 세월만큼의 관록을 뽐내며 ‘살아있는 전설’이 되고 있다.

송진우와 가네모토, 그리고 모이어는 평소 성실한 자세와 철저한 몸관리로 유명하다. 그들이 마흔 살이 넘어도 스무 살 못지 않은 체력을 선보일 수 있는 이유다. 숫자로 표현되는 나이는 그들 얼굴에 깊은 주름은 남길지언정, 그들 마음속의 열정까지는 빼앗아가지 못한다.


김양희 기자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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