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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51번 우상 넘은 51번 봉중근

등록 2009-03-10 00:08

이치로, 봉중근
이치로, 봉중근
동경해온 영웅 완벽 봉쇄
5⅓회 무실점…설욕 공신
9일 도쿄돔에는 유니폼에 51번을 새긴 선수 둘이 있었다. 한국 선발투수 봉중근(29·LG)과 일본 톱타자 스즈키 이치로(36·시애틀).

봉중근은 신일고 시절부터 51번에 애착을 보였다. 고교 때 투수보다는 특급 외야수로 더 이름을 날렸던 그는 켄 그리피 주니어나 이치로 같은 외야수를 동경하고 있었다. 미국 진출 후 애틀랜타 신인시절에 잠깐 캠프 때 마주친 이치로에게는 야구공에 사인을 받았다는 일화도 있다. 그만큼 이치로는 그의 어린 시절 우상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우상은 우상일 뿐. 투수와 타자로 만났을 때는 어쨌거나 이겨야 할 상대였다. 1회부터 봉중근은 기선제압에 나섰다. 이치로가 타석에 섰을 때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다나 데무스 주심에게 어필한 것. 시종일관 입가에 미소를 띠면서 여유로운 모습도 잃지 않았다.

봉중근은 이날 6회까지 이치로와 세차례 맞대결을 벌여 모두 땅볼로 처리했다. 특히 6회에는 스스로 공을 잡아 1루수 김태균에게 공을 토스해 아웃시키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7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던 7일 경기에서 득점활로를 뚫었던 이치로가 경기 중반까지 철저히 봉쇄당하자 일본 타선은 득점공식을 잊어 버렸다.

우상을 넘은 그는 이틀전 콜드게임 패를 깔끔히 설욕하는 영웅이 됐다. 5⅓이닝 3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6일 대만전(3이닝 무실점)부터 이날까지 사사구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만큼 투구밸런스가 좋다. 4회 무사 2루에서 실점하지 않고, 볼카운트 1-3로 몰린 가운데서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 등 위기관리 능력도 빼어났다. 적극적인 1루 베이스 커버로 수비에도 도움을 줬다.

봉중근은 경기 뒤 “일본전에 꼭 나가고 싶어 감독님께 부탁했다”며 “일본 타자들을 그동안 분석했다. 결정구는 직구였는데, 직구로 이길 수 있는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51번은 이제 새로운 일본 킬러이자, 미국 원정(2라운드)을 앞둔 한국 마운드의 희망이 됐다.

도쿄/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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