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타자 김태균이 9일 세계야구클래식(WBC) 아시아예선 일본과의 A조 1·2위 결정전 4회초 1사1·2루에서 좌익선상으로 빠지는 결승 적시타를 때려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봉중근→정현욱→류현진→임창용 ‘칼날 제구’
김태균 결승타…5명 미숙한 주루플레이 ‘낙제’
김태균 결승타…5명 미숙한 주루플레이 ‘낙제’
도쿄돔에서 두 번의 패배는 없었다. 지난 7일 2-14, 7회 콜드게임으로 무너질 때만 해도 한국야구가 일본을 다시 이길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한국 야구는 강했다. 김인식 감독이 “0-1로 지나 콜드게임으로 지나, 이번 경기방식에선 어떤 점수 차로 져도 지는 것은 같다”는 말이 새삼 실감나는 승부였다. 조 1·2위를 다투는 중요한 일전임과 동시에 4만2879명의 관중이 지켜본 두 나라의 자존심을 건 맞대결에서 한국은 투수전과 타격전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 완벽한 투수전의 승리 3시간2분 동안 숨막히는 투수전의 연속이었다. 피안타에서 한국은 여섯 개로 일본(넷)에 뒤졌지만, 볼넷에선 0-7로 한국 투수들의 제구력이 한발 앞섰다. 지난 7일 김광현이 무너진 것과 달리, 이번엔 좌완 선발 봉중근이 5⅓회 동안 2피안타 2삼진 무실점으로 명예회복을 했다. 투수 앞 땅볼이나 1루 땅볼 때마다 보여준 뛰어난 수비력도 일품이었다. 봉중근의 투구수가 69개가 되자, 김 감독은 정현욱(1⅔회·3삼진)을 투입해 강속구로 타선을 제압했고, 9번 이와무라부터 1번 이치로까지 연속 좌타자로 시작되는 8회초부턴 류현진(⅓회·1삼진)을 기용했다. 그러곤 임창용이 1⅔회를 무안타 1삼진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아 팀 승리를 지켜냈다. 한국 투수 4인방은 볼넷 없이 삼진을 여섯 개나 솎아냈다. 1차전과 달리, 내야진도 만원 관중 앞에서 실책 없이 투수진을 거들었다.
■ 한국엔 김태균이 있다 일본 선발은 지난해 21승4패(평균자책 1.87)로 퍼시픽리그 최우수선수와 사와무라상을 휩쓴 우완 이와쿠마 히사시(라쿠텐)였다. 3회까지 9명의 한국타자를 삼진 세 개와 내야땅볼로 처리할 때만 해도 힘든 경기가 예상됐다. 하지만, 이와쿠마의 위기는 타순이 한 바퀴 돈 4회에 찾아왔다. 이종욱의 볼넷과 정근우의 중전 안타로 만든 1사 1·2루에서 김태균이 깨끗한 좌전안타로 결승 적시타를 터뜨렸다. 이번 대회 6타점째. 김태균은 7회 세번째 투수 마하라 다카히로를 상대로 2루타를 터뜨리는 등 한국이 뽑아낸 안타 넷 중 둘을 해결했다. 김태균은 지난 7일 일본전에서도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상대로 대형 홈런을 뽑아내 한국의 간판타자로 우뚝 섰다.
■ 주루플레이는 낙제점 한국의 ‘발야구’는 온데간데 없었다. 5명의 주자가 주루플레이 미숙으로 ‘비명횡사’했다. 주루플레이만 잘됐다면 한두 점은 더 뽑을 수도 있던 경기였다. 4회 김태균의 적시타 때 1루에 있던 정근우가 무리한 주루플레이로 3루에서 아웃됐고, 김태균마저 2루에서 상대 포수 조지마 겐지의 견제구에 객사했다. 5회 이용규의 주루사에 이어 7회 무사 2·3루에선 이대호의 유격수앞 땅볼 때 3루 주자 김현수가 무리하게 홈을 쇄도하다 아웃됐고, 2루주자 김태균까지 3루에서 아웃돼 추가득점 기회를 날려 버렸다. 반면, 한국 주자들의 허술함을 파고드는 일본 내외야의 탄탄한 수비 조직력은 발군이었다.
도쿄/이완 기자 wani@hani.co.kr
한 눈에 보는 한국-일본전
김태균 결승타 상황(4회초 1사 1·2루)
도쿄/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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