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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한국야구 ‘열공한 일본’에 당했다

등록 2009-03-08 21:13수정 2009-03-08 21:18

한국전서 본 일본야구 3가지 강점
□ 현미경 야구 김광현 철저한 분석…슬라이더 통타

□ 확실한 리더 이치로, 기습번트 등 경기흐름 주도

□ 두터운 선수 베테랑 즐비…7~9번에 메이저리거

일본야구가 한국에 14-2 대승을 거둘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상대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준비, 팀 리더의 결정적 활약, 기본기와 경험이 잘 어우러진 두터운 선수층의 조화가 그것이다. 하라 다쓰노리 일본 감독이 야구박물관에 보관할 승리구에 적었던 ‘일본의 힘’이기도 하다.

■ 현미경 야구의 진화 이번에도 일본은 ‘현미경 야구’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한국의 에이스 김광현은 철저히 분석당했다. 하라 감독은 “용병술은 말하지 않는다”고 피했지만, 이토 코치는 “김광현의 무기는 직구와 떨어지는 슬라이더이므로 타자들이 눈을 조금 높혀, 낮은 공은 참도록 했다”고 했다. 김광현의 주무기 슬라이더는 일본 타자들에게 여지없이 통타당했다. 일본 <스포츠나비> 인터넷판은 “일본 타자들이 김광현의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슬라이더를 놓친 것은 두 개에 불과했다”고 했을 정도다. 이치로 등 일본타자들은 1회부터 김광현의 까다로운 슬라이더는 파울로 걷어내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었다. 3-2로 앞선 2회 무사만루에서 나카지마도 슬라이더를 참아내 결국 밀어내기로 한 점을 보태기도 했다. 반면, 한국 코치진은 철저히 분석당한 데다 컨디션까지 안 좋았던 김광현의 투수 교체 타이밍을 놓침으로써 패배를 자초했다.

■ 야구 영웅의 부활 1번타자 스즈키 이치로의 활약은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일본 쪽으로 기울게 한 결정적인 힘이었다. 특히 2회 기습번트로 투수 김광현을 흔들어놓는가 하면, 3루수 이대호의 느린 수비까지 예측한 영리한 두뇌플레이를 펼친 것은 인상적이었다. 결국, 이치로의 부활은 김광현의 부진으로 이어졌고, 일본 타선은 김광현을 더 쉽게 공략했다. 하라 감독도 “주장 이치로의 활약이 승리의 한 요인이다”고 했다.

■ 두터운 선수층 일본은 메이저리거 5명을 비롯해 현역 최고의 베테랑으로 팀을 꾸렸다. 일본 선발라인업 중 하위타선인 7~9번에 메이저리거인 후쿠도메(시카고) 조지마(시애틀) 이와무라(템파베이)가 배치될 정도로 전력이 크게 강화됐다. 게다가, 1~3번까지는 이치로를 비롯해 나카시마, 아오키까지 빠른 발과 정교한 타격감을 자랑하는 베테랑이 포진해 하라 감독의 대량득점 공식까지 맞아떨어졌다. 선발 마쓰자카가 1회 김태균에게 투런포를 맞고도 이후 무실점으로 잘 버틴 점, 퍼시픽리그의 특급 선발 와타나베가 중간계투로 나올 정도로 마운드 전력도 탄탄하다. 한국은 유일한 메이저리거 추신수마저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타격에만 나서는 점이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도쿄/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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