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케이의 에이스 김광현이 3일 열린 기아와의 원정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7이닝 12K 무실점…데뷔 2년만에 ‘3관왕’ 눈앞
롯데, 14안타 몰아치며 LG 9-3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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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자기 것 빼고 다관왕 하라고 그러대요. 그럼 난 어떻게 하라고 하하~.”
경기 전날인 2일 밤. 프로야구 투수 3개 타이틀을 다투는 류현진(21·한화)과 윤석민(22·KIA)은 김광현(20·SK)에게 전화를 했다. 김광현과 탈삼진왕을 다투는 류현진은 많은 이닝를 던져 평균자책점 1위를 하라고 권했다. 반면 평균자책 1위를 다투는 윤석민은 이왕이면 탈삼진왕이 되라고 권했다. 워낙 친한 사이라 농담처럼 들릴 법하다. 그런데 ‘생각대로 하면 되고∼’ 김광현은 형들이 말렸던 타이틀에도 바짝 다가섰다. 3일 현재 다승 1위(16승), 탈삼진 1위(150개), 평균자책점 1위(2.39) 등 3개 부문에서 선두가 됐다.
에스케이(SK)의 왼손 에이스 김광현이 3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기아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삼진 12개를 잡아내며 7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2-2로 맞선 8회말 교체돼 승리를 추가하지는 못했지만, 프로 데뷔 2년 만에 프로야구 투수부문 3관왕을 눈앞에 두게 됐다. 27년 역사의 한국 프로야구에서 3관왕에 오른 투수는 선동열(1986년,1989년~1991년)과 류현진(2007년)뿐이다.
김광현은 경기 뒤 “석민이형이 내일 등판해, 3관왕을 하지 못하더라도 오늘 후회없는 피칭을 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김광현은 4회 1사 2,3루에서 이재주의 투수 앞 땅볼을 홈에 악송구를 하는 바람에 2점을 내준 게 전부였다. 그것도 실책으로 기록되며 비자책점으로 평균자책점 1위에 올라갈 수 있었다. 2위 윤석민(2.44)과는 0.05 차. 또, 김광현은 눈부신 탈삼진 제조 능력으로 1위에 있던 류현진(143개)을 2위로 밀어냈다. 2회와 3회 여섯 타자 연속 삼진을 잡는 등 팀 에이스인 윤석민의 평균자책 1위를 지켜내기 위해 방망이를 곧추 세웠던 기아 타자 12명을 그대로 돌려세웠다. 자신의 개인 최다 탈삼진이다.
그러나 윤석민이 4일 두산전에 선발로 예고됐고, 류현진도 히어로즈전에 전격 등판할 가능성이 있어 김광현의 3관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김성근 감독은 경기 뒤 “내일 윤석민이 다시 1위가 되고, 김광현이 나오고 싶어한다면 최종전에 다시 등판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에스케이는 13회 연장 접전 끝에 김동건의 3점홈런으로 승리를 거뒀다.
한편 목동에서는 팀이 어수선한 가운데 선발 등판한 이현승이 생애 첫 완투승을 거둔 데 힘입어 히어로즈가 2위 두산에 8-2로 승리했다. 노장 전준호(39)는 프로야구 사상 첫 3루타 100개째를 기록했다. 롯데는 잠실에서 선발 손민한의 7⅓회 3실점 호투에 힘입어 엘지(LG)에 9-3으로 승리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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