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신수(26·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한국인 타자 최초 메이저리그 ‘이달의 선수’
미국 입성 9년만…“내년 전시즌 출장 목표”
미국 입성 9년만…“내년 전시즌 출장 목표”
떡잎이 꽃을 피우기 위해선 9년이 필요했다.
‘될성부른 떡잎’이었던 추신수(26·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30일(한국시각) 메이저리그 아메리칸 리그 ‘이달의 선수’에 선정됐다. 한국인 타자로는 처음이다. 한시즌을 제대로 뛰어본 적도 없는 추신수가 쟁쟁한 스타인 텍사스 레인저스의 행크 블레이락,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미겔 카브레라 등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을 모두 제쳤다. 9월에만 24경기에 출장해 타율 0.400에 홈런5개, 24타점 21득점, 폭발적인 활약이었다.
미국에 건너온 지 벌써 9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지 4년째.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도 먹을 만큼 먹었다. 그리고, 올시즌 대도약기를 맞았다. 그동안 “나는 누상에 누군가 나가 있을 때가 없을 때보다 좋다”고 말할 정도로 활약에 굶주렸던 추신수였다.
추신수는 2000년 국내 선수로는 역대 3번째로 많은 계약금을 받고 태평양을 건넜다. 박찬호의 성공 이후 많은 고교 선수들이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그는 정말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롯데 자이언츠 선수였던 박정태가 외삼촌이다. 추신수는 고교시절, ‘초고교급 투수’일 뿐만 아니라 ‘좌신수-우태균’으로 불리는 아마야구의 강타자였다. 미국에서도 마이너리그 유망주 타이틀은 항상 그의 몫이었고, 언제나 빅리그 호출이 가능한 선수로 통했다.
하지만, 그를 미국으로 불러준 시애틀은 한편으로는 그에게 넘을 수 없는 한계였다. 팀에는 이미 포지션이 겹치는 일본의 ‘타격 천재’ 이치로(35)가 있었다. 한시즌 200안타가 가능한 이치로를 중심으로 팀을 개편한 시애틀은 유망주에 불과한 추신수에게 많은 기회를 줄 수 없었다. 메이저리그 승격을 통보받고 한 시간 동안 부인은 그의 품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지만, 그는 2005년에 고작 10경기에 뛰며 0.056의 타율을 기록했다. 2006년 옮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추신수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미래의 시애틀’과 ‘이치로’라는 압박에서 벗어난 그는 팀을 옮긴 뒤, 146타수 43안타(0.295)를 기록했다. 지난해 부상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올시즌 후반기에는 팀의 3번타자로 등용돼 펄펄 날았다. 왼손 투수에게 약점이 있었던 추신수에게 많은 출장 기회는 적응의 시간이었다.
추신수는 내년 전시즌 출장을 목표로 한다. 에릭 웨지 클리블랜드 감독도 “내년에는 추신수가 풀타임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살 아들 무빈이를 둔 스물여섯의 가장 추신수는 이제 이치로를 잇는 메이저리그 아시아 최고 타자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글 이완 기자 wani@hani.co.kr, 사진 AP 연합
스즈키 이치로 vs 추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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