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우리 히어로즈 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깜짝 해설가로 나선 정운찬(오른쪽) 전 서울대 총장이 캐스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공부는 낮에 학교에서 하고 야구는 밤에 보죠”
정운찬(60) 전 서울대 총장은 소문대로 야구광이었다. 정 전 총장은 올 시즌 두산에 입단한 투수 진야곱 등 신인급 선수들을 줄줄 뀄다. 정 전 총장은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우리 개막전에 교통방송 야구 해설위원으로 나서 무난한 신고식을 치뤘다.
첫 해설을 앞두고 긴장을 많이 했다는 정 전 총장의 해설은 2회초가 압권이었다. 0-0으로 비기던 2회초 두산은 7번 이대수 선수 앞에서 무사 1루 기회를 맞았다. 보내기번트가 가능한 상황에서 정 전 총장은 “번트 안됩니다, 공격 야구를 해야 되요”라며 강공을 주문했다. 정 전 총장은 또 “이대수 선수는 지난해 코리안시리즈에서 큰 활약을 했고, 나주환 선수와 트레이드돼 두산에 온 선수”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이대수는 왼쪽 담장을 넘기는 115m짜리 결승 홈런을 날려 버렸다.
1970년대 미국 뉴저지 프린스턴대학원에서 유학한 정 전 총장은 “뉴저지에는 연고팀이 없어 미국프로야구 내셔널리그 뉴욕 메츠를 응원했다. 뉴욕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교수를 할 때는 뉴욕 양키스를 응원했다. 양키스와 메츠 경기를 200경기는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야구 때문에 박사 학위 취득이 1년 늦어졌다”는 그는 지금도 <뉴욕타임스> 야구면을 보면서 관련 정보를 얻는다고 했다.
정 전 총장은 이날 “예전에 야구할 때 포수를 보다 공에 맞기도 했는데, 그때도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하겠다고 나섰다”며 야구 사랑을 표현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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