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멕시코” 벼랑끝 환호
실점률 0.01p차 미국 제쳐
“더 이상 패배는 없다” 비장
실점률 0.01p차 미국 제쳐
“더 이상 패배는 없다” 비장
“멕시코, 아리가토(고맙다)!”
17일 벼랑 끝에 몰렸던 일본팀의 기사회생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열도는 환호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일본 언론들은 이 소식을 긴급 타전했고, 사무실과 거리 곳곳에선 박수와 환호성이 울렸다. 전날 한국전 패배로 4강 진출은 사실상 물건너갔다고 체념하고 있던 일본인들은 뜻밖의 낭보에 깜짝 놀라며 “운명의 여신이 미소를 지었다”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들은 이번에는 반드시 이겨달라고 일본팀에 당부했다.
경기 소식을 전하는 민영방송들의 와이드쇼 분위기도 어제 한국에 졌을 때와는 정반대였다. 참석자들의 입에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한 방송은 참석자들이 일제히 멕시코에 감사인사를 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을 마쳤다.
<닛칸스포츠>는 ‘미국이 졌다! 일본 기적의 4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이 실점률 0.01포인트라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4강 진출에 성공한 데 대해 “기적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아베 신조 관방장관도 기자회견에서 “영 틀렸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기쁘다. 꼭 좋은 시합을 해주기 바란다”며 일본팀의 승리를 기원했다.
미국이 이기면 일본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었던 일본팀은 준결승전이 치러질 샌디에이고에 도착해 연습에 들어갔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준결승전 선발 출전할 예정인 우에하라 고지 투수 등 캐치볼과 달리기 연습을 하는 선수들의 얼굴에선 시종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두번 연패한 만큼 “더 이상의 패배는 없다”며 한국팀에 대한 복수를 맹세했다. 사토자키 도모야 선수는 “벼랑끝에서 구출된 느낌”이라며 “(일본) 야구계를 위해, 한 사람의 야구인으로서 질 수는 없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지난해 박찬호와 샌디에이고 페드리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오쓰카 아키노리 선수는 “한국 선수가 마운드에 국기를 꽂는 것을 보았을 때 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절치부심의 일단을 비쳤다.
특히 “어제 패배 이후 기분이 엉망이어서 술 먹고 뻗었다”는 스즈키 이치로 선수는 “똑같은 상대에게 세 번이나 진다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더욱 강한 마음으로 싸우겠다”고 말했다.
미국-멕시코전 중계를 보지 않은 채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오 사다하루 감독은 결과가 전해지자 손뼉을 치며 기뻐했고, 곳곳에서 걸려오는 축하전화를 받느라 바빴다. 오 감독은 “놀랐다. 너무 기쁘다”며 “99% 준결승전 진출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더 무서울 게 없다. 모두가 하나돼 과감하게 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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