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라기 / 국제 관례 무시 ‘제 멋대로’
한국이 세계야구클래식에서 1조 1위로 4강에 올랐다. 그런데 한국의 준결승 상대에 고개가 갸웃거려지고 있다.
국제대회 관례와 상식은 크로스토너먼트. 즉, 1조 1위는 2조 2위, 2조 1위는 1조 2위와 경기를 치러야 합리적이다. 그런데 한국은 4강전에서 2조 2위인 쿠바가 아니라 같은 1조에 속한 미국이나 일본과 다시 맞붙어야 한다. 만약 일본이 4강에 오르면 한국은 1라운드를 포함해 일본과 무려 3차례나 경기를 하는 셈이다. 반면, 중남미 팀과는 결승에 올라야 맞붙을 기회를 갖는다.
이는 이번 대회를 주최한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얄팍한 의도가 담겨 있다. 미국은 준결승까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득실거리는 중남미 국가를 피하고, 상대적으로 손쉬운 한국 일본을 상대로 결승에 오르겠다는 심산이었다. 또 한국과 일본이 중남미보다 중계권료가 비싸다는 점도 감안됐다.
미국의 비상식적인 행동은 이미 1라운드부터 시작됐다. B조 예선에서 캐나다에 뜻밖의 일격을 당하며 조 2위로 2라운드에 오르자, 중계방송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경기일정을 바꾸려고 했다. 한국의 강력한 항의에 부닥쳐 뜻을 이루진 못했지만, 무엇이든 자신들의 의도와 다르면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당사자인 미국 심판들이 나선 일본 전 오심사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미국은 ‘본전’도 못찾았다. 중계일정도 바꾸지 못했고, 일본전 오심 사태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일격을 당하며 2라운드 탈락위기에까지 몰렸다. 비록 한국 덕분에 4강 진출의 희망을 되살렸지만, 국제사회 앞에서 세번이나 구겨진 체면은 쉽게 복원하기 어렵게 됐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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