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과 이병규 등 한국 선수들이 16일(한국시간) 일본을 누르고 세계야구클래식 4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서로 부둥켜 안은 채 기쁨을 나누고 있다.
애너하임/연합뉴스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8회초 1사 2·3루.
일본 코칭스태프는 볼넷과 안타를 허용한 좌완 스기우치 도시야를 우완 후지가와 규지로 교체했다. 타석엔 ‘바람의 아들’ 2번 타자 겸 주장 이종범(36·기아). 그는 후지가와가 직구를 많이 던지는 투수라는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초구 볼, 2구 볼. 이종범의 마음 속엔 ‘승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겼구나!”
이종범 “2볼 순간 승리 예감”= 그리고 3구 직구를 받아쳤다. 타구는 좌중간을 갈라 담장 깊숙이 파고들었다. 순간 에인절스타디움은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가득찼다. 마침내 2타점 적시타가 터진 것이다. 볼넷으로 나갔던 김민재와 중전안타를 치고 나간 이병규가 홈을 밟았다. 그런데 이종범은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했다. 2루를 돌아 3루까지 달려가다 아웃되고 만 것이다. 이종범은 경기 뒤 “이승엽에게 희생뜬공의 기회를 주기 위해 달렸다”고 말했다. 비록 아웃되긴 했지만 하나의 동작과 플레이에 팀과 동료들을 생각하는 주장의 마음이 잘 드러난 경기였다.
이진영의 환상적인 송구 플레이= 2회말 2사 2루. 9번타자 가와사키 무네노리가 박찬호의 초구를 공략해 우전안타를 만들어냈다. 타구가 박찬호의 글러브를 맞는 바람에 행운의 내야안타로 나간 이와무라 아키노리(3루수)가 어느새 3루를 돌아 홈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도 공은 중견수 쪽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이진영(25·에스케이)은 침착하게 공을 잡아 있는 힘을 다해 홈으로 뿌렸다. 간발의 차이로 공을 먼저 잡아낸 조인성이 이와무라를 태그아웃시켰다. 오 사다하루 일본 감독은 “이번에도 우익수의 좋은 플레이 때문에 일본은 이길 수 없었다”고 말했다. 5일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예선 1라운드 한-일전에서도 이진영은 4회말 2사 만루때 니시오카 쓰요시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던지며 잡아내 한국 승리의 결정적인 밑돌을 놓았다.
무결점 마운드= 한국의 승리엔 역시 마운드 활약을 빼놓을수 없다. 선발 박찬호가 기대 이상으로 5회 동안 4안타 3삼진 무실점으로 선봉에 섰다. 볼넷과 몸맞는 공도 없는 무결점 투구였다.
6회 등판한 김병현은 1⅓회 동안 볼넷 1개에 삼진 2개를 솎아내며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의 행운까지 안았다. ‘뒷문’은 국내파 오승환의 몫이었다. 9회말 1사 1루. 홈런 한 방이면 뒤집어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대표팀 막내 오승환은 아라이 다카히로와 다무라 히토시를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승리를 지켜냈다.
애너하임/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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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말 “투수들 최고조 올라와”
김인식 한국 감독= 투수들이 도쿄에서부터 경기를 거듭할수록 점점 최고조로 올라온 것 같다. 나름대로 자기들의 100% 실력을 계속 발휘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다. 일본 투수들 역시 상대편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더 잘 던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 경기는 토너먼트 성격이 다분히 있기 때문에 2~3경기 이겼다고 수준이 우위에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지금의 멤버로 3~4팀을 만들 수 있다. 한국은 이 멤버 수준의 팀을 1팀 정도 더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그렇기에 한국이 일본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
“일본 중심타자들 문제”
오 사다하루 일본 감독= 6경기에서 최선을 다했다. 한국 선수들의 능력이 상당히 뛰어났다. 그리고 일본 선수들이 이기려고 매우 바랬지만, 한국 선수가 염원이 더 강했다. 공교롭게도 도쿄에서나 여기서 모두 8회에 결승점을 내줬다. 또 우익수의 좋은 경기 내용이 일본의 득점 기회를 무산시킨 것도 지난번 경기와 똑같다. 내일 미국-멕시코전 결과에 따라 우리가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기쁘게 받아들이겠다. 그리고 준결승에서 다시 한국을 만난다면 꼭 이기겠다. 9회 마지막 공격 때 치고 달리기를 하지 않은 것은 지고 있는 상황에서 모험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타격라인업에 문제가 있었다. 3, 4, 5번 타자로부터 홈런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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