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투구 중 스트라이크 50개. 시속 최고 151㎞의 강속구, 노련한 위기관리능력까지….
‘코리안 특급’ 박찬호(33·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이번 일본전에서도 100% 임무완수를 해냈다. 특히 김인식 감독으로부터 마무리에서 선발로 보직변경 명령을 받고, 보란 듯이 5이닝 동안 산발 4안타만을 허용하며 무실점으로 호투해 승리의 밑돌을 놨다. 아시아 예선을 포함해 4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 0을 기록하는 등 완벽투구를 선보였다.
일본의 간판 교타자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와의 2차례 맞대결은 상징적이었다. 둘은 한국과 일본의 메이저리거 자존심. 선제타는 이치로가 날렸다. 1회 첫 타석에 나온 이치로는 박찬호의 2구째를 가볍게 쳐 안타를 만들어냈다. 박찬호는 2, 3, 4번타자를 땅볼, 삼진, 땅볼로 잡아내 급한 불을 끄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3회 이치로와의 두번째 맞대결에서는 박찬호의 완승. 박찬호는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4구만에 이치로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기세를 탄 박찬호는 수비 도움까지 받으며 5이닝을 막아내 메이저리그 통산 106승 투수의 이름값을 해냈다.
한 때 침체에 빠져 시련기를 겪었던 박찬호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12승8패로 부활을 알렸다. 이번 세계야구클래식은 살아나는 박찬호에게 상승기류가 되고 있다. 경기장을 찾은 샌디에이고 구단 관계자나 미국 야구팬들도 박찬호의 공 끝이 살아있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사령탑의 지시에 따라 묵묵히 마무리 투수로 나와 자기 몫을 해주고, 본업인 선발로 나와서도 깔끔하게 마운드를 지킨 박찬호. 듬직하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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