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다독이는 ‘아버지’ 이종범
궂은 일 도맡는 ‘어머니’ 구대성
궂은 일 도맡는 ‘어머니’ 구대성
한국이 세계야구클래식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중심에는 두 고참 선수가 버티고 있다. 구대성(37·한화)과 이종범(36·기아)이 그 주인공.
이종범은 16일 일본과 경기에서 팽팽한 투수전을 깨뜨리는 2점짜리 적시타를 날리며 결승점을 올렸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3루까지 달리다가 횡사했지만, 완봉승을 공언하던 일본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며 ‘이날의 영웅’이 됐다.
이종범은 경기 뒤 “볼 2개가 들어오자 내가 이길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노련하게 이미 직구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경기장 밖에서도 이종범은 군기반장을 자임하며 팀의 정신적인 리더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선수들이 개별행동으로 분위기를 깨지 않도록 잘 다독이고 있다. 김인식 감독은 “국외파 선수들이 늦게 합류해 팀워크 걱정을 했는데, 주장 이종범이 선수들을 잘 다독여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종범이 아버지형 리더라면 구대성은 팀의 어머니 노릇을 하고 있다. 그는 일본전 직전까지 치른 5경기 중 4경기에 나와 7이닝 동안 무실점 행진을 벌이며 한국 불펜의 핵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날 일본전에서도 8회 1사에 나와 1이닝을 던져 1홈런을 맞았으나, 그 배짱만은 변함이 없었다. 선동열 투수 코치는 주저없이 구대성을 “이번 대회 최고 투수”로 꼽으며 “미국전에서도 7회 구대성을 내리고 정대현으로 바꾸려고 불펜에 미리 알렸음에도 그를 계속 밀어 붙인 것은 그가 보여준 자신감 때문이었다”고 그의 배짱과 자신감을 높이 샀다.
팀 안의 최고령인 그는 앞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묵묵하게 자기가 맡은 일을 하면서 나이 어린 선수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 있다.
오태규 선임기자 o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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