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케이비오(KBO)리그에는 2일부터 임시 사령탑이 두 명이 됐다. 엔씨(NC) 다이노스에 이어 삼성 라이온즈가 감독 대행 체제로 올 시즌을 마치기로 했다. ‘감독 대행’이라는 직은 같지만 두 팀의 선택은 미묘하게 다르다. 엔씨가 시즌 111경기를 남겨두고 임시 사령탑을 선임한 반면 삼성은 50경기만 남겨뒀던 점도 차이가 있다.
엔씨는 성적 부진과 코치진 간 새벽 폭력 사건 등의 책임을 물어 지난 5월11일 이동욱 감독을 경질하고 강인권 수석코치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창단 첫 우승 사령탑이었고 계약 기간이 2024년까지였는데도 결단을 내렸다.
강인권 감독 대행의 지휘 아래 엔씨는 2일까지 28승27패3무(58경기)의 성적을 올렸다. 지난해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어겨 징계를 받았던 박민우, 권희동, 이명기 등이 돌아오고 무엇보다 좌완 에이스 구창모가 건강하게 복귀한 게 컸다. 이동욱 전 감독이 경질되기 전까지 엔씨는 불완전한 전력으로 9승24패의 처참한 성적을 내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시즌 뒤 강인권 감독 대행의 정식 사령탑 임명을 점치기도 한다.
강인권 엔씨 다이노스 감독 대행. 엔씨 다이노스 제공
같은 감독 대행 체제지만 삼성은 엔씨와는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 허삼영 감독이 자진 사퇴한 뒤 최태원 수석코치가 아닌 박진만 퓨처스(2군) 감독을 끌어올렸다. 최태원 수석코치는 대신 퓨처스 감독으로 이동했다. 박진만 감독 대행은 이미 시즌 중반부터 삼성 차기 감독 내정설이 있었다.
지난 시즌 최다 승률 팀(KT와 공동)이었던 삼성은 팀 창단 최대인 13연패에 빠지는 등의 부진 끝에 9위까지 미끄러졌다. 그만큼 팀 분위기도 많이 가라앉아 있다. 박진만 감독 대행이 2일 잠실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 앞서 “선수 모두가 최선을 다해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 주루, 수비에서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이면, 서로 좋은 자극을 받아 팀 분위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밝힌 이유다.
이순철 〈에스비에스(SBS)〉 야구 해설위원은 최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삼성 성적 부진에는 내부 문제도 있었기 때문에 감독 대행 체제에서 선수들의 마음가짐은 달라질 것 같다. 팀 분위기도 바뀌고 집중력도 좋아질 것”이라면서도 “전력에 플러스가 된 면은 없기 때문에 성적 반등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엔씨가 사령탑 교체 뒤 팀 전력이 보강됐던 것과는 다른 환경이라는 얘기다. 이 해설위원은 “팀 분위기 전환과 함께 내년 시즌 포석을 위한 감독 대행 임명 아니겠냐”라고 했다.
역대로 살펴보면 감독 대행에서 곧바로 감독으로 임명된 사례는 종종 있었다. 가장 최근의 경우가 이만수 전 에스케이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감독으로, 그는 2011시즌 도중 김성근 감독이 중도 사임한 뒤 감독 대행으로 나머지 시즌을 이끌고 이후 ‘대행’ 꼬리표를 뗐다. 이외에도 강병철 전 롯데 감독(1983년), 유백만 전 청룡 감독(1987년), 윤동균 전 오비 감독(1991년), 천보성 전 엘지 감독(1996년), 고 김명성 전 롯데 감독(1998년), 김성근 전 엘지 감독(2001년), 유남호·서정환 전 기아 감독(2004년, 2005년) 등이 감독 대행 뒤 곧바로 사령탑이 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감독 대행보다는 시즌 뒤 새로운 인물을 물색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최원호 한화 퓨처스 감독은 2020년 한용덕 감독의 중도 사임 뒤 감독 대행으로 1군(114경기)을 이끌었으나 시즌 뒤 카를로스 수베로 현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기고 다시 2군으로 돌아갔다. 같은 해(2020년) 키움 히어로즈도 자진 사퇴한 손혁 감독 대신 김창현 감독 대행(12경기)을 세웠으나 시즌 뒤 홍원기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임명하고 김창현 감독 대행은 대신 수석코치가 됐다. 2019년 롯데 또한 공필성 감독 대행 체제로 50경기를 치렀으나 시즌 뒤 선택은 허문회 감독이었다. 공 감독 대행의 당시 승률은 0.286(14승35패1무)로 저조했다. 롯데는 지난해 5월 허문회 감독을 경질한 뒤 당시 래리 서튼 퓨처스 감독과 곧바로 감독 계약을 했다.
심재학 〈엠비시(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감독 대행 전 포지션이 수석코치였는지, 퓨처스 감독이었는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강인권 감독 대행의 경우 수석코치였기 때문에 성적과 상관없이 큰 데미지가 없을 듯한데 박진만 감독 대행은 팀을 못 추스를 경우 (감독 승격)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박 감독 대행이 갑자기 중책을 맡았는데 팀을 어느 정도 궤도에는 올려놔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 시즌 뒤 최원호 퓨처스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사령탑 수업을 더 쌓을 수도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