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완 ‘파이어볼러’ 윌머 폰트(32)와 좌완 ‘KK’ 김광현(34). 에스에스지(SSG) 랜더스 원투 펀치 기세는 후반기에도 꺾이지 않고 있다. 강속구와 제구되는 변화구에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가 녹아들어 간다. 에스에스지가 2022시즌 내내 흔들림 없이 1위 자리를 지키는 것도 특급 에이스 두 명이 중심을 단단히 잡고 있기 때문이다.
폰트는 벌써 13승(4패)이나 챙겼다. 경쟁자인 케이시 켈리(LG 트윈스)가 후반기 두차례 등판에서 빈손으로 돌아선 반면 폰트는 24일 두산전, 30일 기아전을 모두 승리하며 다승 부문 단독 1위로 올라섰다. 10~12경기 선발 등판이 더 남아 있고 현재 승률이 0.765라는 점을 고려하면 20승을 충분히 바라볼 만하다. 폰트가 20승 고지를 밟으면 2020년 라울 알칸타라(두산) 이후 처음이 된다.
지난해 한국 무대를 밟은 폰트는 리그 적응을 마친 올해 더욱 강력해졌다. 개막전(4월2일 NC전)때 9이닝 퍼펙트 투구로 ‘깜짝’ 시즌 신고식을 하더니 지금껏 별다른 기복 없이 1위 팀 1선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시속 155㎞ 안팎의 속구에 슬라이더, 커브 제구가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 시즌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 덕도 보고 있다. 폰트는 다승 1위 외에 평균자책점 2위(2.07), 탈삼진 3위(124개)에 올라 있다. 퀄리티스타트도 1위(16차례)인데 그의 경기당 평균 투구 이닝은 6⅔이닝에 이른다. 대체선수대비기여도(WAR)가 10개 구단 투수들 중 전체 1위(4.68)인 이유다.
김광현의 활약 또한 폰트 못지않다. 김광현은 현재 규정이닝을 채운 리그 투수 중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1.67)을 기록 중이다. 시즌 끝까지 이를 유지한다면 2010년 류현진(1.82·당시 한화 이글스) 이후 12년 만에 1점대 평균자책점 타이틀 홀더가 된다. 김광현의 평균자책점은 전반기 1.65(15경기), 후반기 1.80(2경기)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적인 두 시즌을 마치고 돌아온 김광현은 이전보다 더 까다로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이저리그 진출 전에는 속구와 슬라이더만으로 타자와 싸우던 ‘투 피치 투수’였다면 지금은 커브와 체인지업의 완성도를 높여 ‘포 피치 투수’가 됐다. 이전에는 속구, 슬라이더 둘 중 하나만 노리면 됐는데 지금은 상대 타자들이 머릿속에 그려야 할 공이 많아졌다. 여기에 빅리그 경험으로 경기 운용 능력 또한 향상됐는데 현재 득점권 피안타율이 0.171(시즌 0.213)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김광현이 1점대 평균자책점에 시즌 15승(현재 9승) 이상을 거둔다면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상(MVP)을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폰트가 20승을 올린다면 강력한 대항마가 될 것이 분명하다.
한편, 에스에스지 투수진은 팔꿈치 수술 뒤 재활을 마친 문승원에 이어 언더핸드 박종훈까지 31일 팀에 합류해 완전체가 됐다. 이들의 합류로 선발진도 재편됐는데 폰트, 김광현과 함께 새로 영입한 숀 모리만도, 이태양, 박종훈이 선발로 뛰게 된다. 문승원은 그동안 선발로 활약한 노경은, 오원석과 함께 불펜진에 힘을 싣는다. 1위 굳히기를 위해 뒷문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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