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북에 쓴 문구대로 이정후의 홈런 공이 자신들에게 날아오는 경험을 한 김진희 씨와 김수연 씨. 키움 히어로즈 제공.
‘이정후, 여기로 공 날려줘.’
스케치북에 쓴 문구였다. 야구팬의 간절한 바람을 야구의 신이 외면할 수 없던 것일까. 진짜
이정후(키움 히어로즈)가 친 공이 그들 앞에 뚝 떨어졌다. 팬들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공을 들고 기뻐했다. 전날(15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두산 베어스전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다. 이정후는 이날 1-4로 뒤진 8회말 1사 1루에서 중월 투런포(시즌 10호)를 날렸고 공교롭게 타구가 자신을 응원한 팬에게 날아갔다. 만화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 것. KBO리그 최고 타자로 거듭나고 있는 이정후의 화끈한 팬서비스였다.
온라인에서 이 영상이 화제가 되자 키움 구단은 인스타그램에 해당 팬 초청 안내 피드를 올렸다. 이미 1주일 전에 표 예매를 마쳤던 김진희(21) 씨와 김수연(20) 씨는 16일 다시 고척돔을 방문해 이정후의 사인 배트를 선물받고 좌석도 다이아몬드 클럽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행운을 누렸다. 사인 배트와 좌석 업그레이드는 이정후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뜻하지 않게 홈런 특급 배송을 받은 두 키움 팬들은 구단을 통해 “공이 이쪽으로 넘어 올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공이 날라오는 순간에도 몰랐다. 공이 떨어진 순간 멍하고 얼떨떨했다”면서 “본의 아니게 뉴스에 나오고 주변에서 연락을 많이 주셨다. 성공한 덕후가 된 느낌이다. 평생 해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돼 꿈만 같다. 앞으로도 키움 히어로즈를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전날 경기 뒤 주차장에서 이정후를 기다려 홈런공에 사인까지 받았다고 한다.
한편, 이정후는 전날 상황에 대해 “송신영 코치께 얘기를 듣고는 ‘정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라고 생각했다. 곧바로 영상을 확인했는데 정말 나를 응원한 팬 앞에 공이 날아갔다. 내게도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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