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시즌 옛 홈런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케이티(KT) 위즈 박병호. 케이티 위즈 제공
“잘하는 선수가 잘하고 있다.”
김강 케이티(KT) 위즈 타격 코치의 표현이다. ‘잘했던 (과거의) 선수’가 아니라 ‘잘하는 (현재의) 선수’는 올해 새롭게 마법사가 된 박병호(36)다.
5차례 KBO리그 홈런왕(2012~2015년, 2019년)에 올랐던 박병호는 지난 2년간 부진했다. 손목 부상 등의 이유가 있었으나 자연스럽게 ‘에이징 커브’ 얘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키움 히어로즈에서 자유계약(FA) 자격을 얻고 케이티로 이적(3년 옵션 포함 총액 30억원)한 올 시즌 초반 부활, 반등의 조짐이 보인다. 10개 구단 타자 중 두 자릿수 홈런(10개)을 맨 처음 때려내며 당당히 홈런 단독 1위(9일 현재)를 질주 중이다. 30경기 성적이 타율 0.283(106타수 30안타), 26타점 17득점. 장타율은 0.594, OPS는 0.952. 최근 5경기에서 4홈런을 때려내는 등 타격감이 좋다.
박병호의 활약은 이강철 케이티 감독을 미소 짓게 한다. 케이티는 현재 중심 타자인 강백호와 헨리 라모스가 발가락 골절상을 당해 빨라야 5월 말에야 팀 합류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강철 감독은 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케이티에 홈런 타자가 없어서 박병호가 작년 만큼(20홈런)만 해주기를 바랐는데 기대보다 훨씬 잘하고 있다”면서 “원래 실력이 있는 선수이기에 좋았던 때의 멘털만 회복하면 더 좋은 성적이 날 것으로 봤다. 평소 ‘편하고 즐겁게 하라’고 얘기해주고만 있다”고 했다. 이강철 감독은 박병호와 히어로즈 구단에서 함께했었기 때문에 박병호를 더욱 잘 아는 면이 있다.
김강 코치 또한 박병호의 멘털에 주목한다. 김 코치는 “스윙 메커니즘 부분에서는 문제가 없는 선수”라고 전제한 뒤 “그라운드에서 박병호답게 플레이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했을 뿐”이라고 했다. 다만 타격 타이밍은 조금 빨리 가져가고 있다. 박병호는 “이전에는 상대 투수가 (공을 던질 때) 다리를 올렸다가 내리는 순간에 왼 다리를 끌었지만, 지금은 투수가 다리를 올릴 때 다리를 끄는 식으로 타격 타이밍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히어로즈 코치 시절부터 박병호를 봐온 심재학 〈엠비씨(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타석에서 삼진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 것 같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자기 스윙을 가져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역시 심리적인 안정감을 타격 부활 요인으로 짚는다.
박병호는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감독님께서 삼진 신경 쓰지 말고 중요할 때 주자 있는 상황에서 좋은 타구를 날려달라고 편하게 해주신다. 나도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기에 더 잘하려고 노력 중”이라면서 “2년 동안 잘못 했을 때 개인적으로 힘들었는데, 올 시즌이 끝난 뒤에는 스스로 만족하는 한 해가 되어 웃으면서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더불어 그는 “케이티 팬분들께서 내가 (팀에) 잘 왔다고 평가해주신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고도 했다. 이강철 감독은 “이제 상대 투수가 박병호와 정면 대결을 피하려고 한다. 앞으로 공만 잘 골라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영웅 박병호’는 이제 없다. 하지만 타선 공백을 꽉 채우는 ‘마법사 박병호’는 있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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