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사 내킨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코치(오른쪽)가 13일(한국시각)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22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전에 1루 주루 코치로 나선 모습. 여성 코치가 1루 주루 코치를 맡은 것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샌프란시스코/AFP 연합뉴스
13일(한국시각)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22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 3회초 더그아웃에 있던 안토안 리처드슨 코치가 그레그 깁슨 3루심과 언쟁을 벌이다가 퇴장을 당하자 3회말 샌프란시스코는 대체 1루 주루 코치를 코치 박스에 세웠다. 얼리사 내킨(32) 코치가 보호용 헬멧을 쓰고 그라운드로 들어가자 안방 관중은 뜨거운 함성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내킨 코치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공식 경기 도중 그라운드를 밟은 최초의 여성 코치가 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샌디에이고 1루수 에릭 호스머는 상대팀 코치인 내킨에게 축하의 악수를 하기도 했다. 호스머는 경기 뒤 “내킨 코치에게도, 메이저리그에서도 특별한 순간이었다. 내킨 코치는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해야만 한다”고 했다.
새크라멘토 주립대 소프트볼팀의 뛰어난 1루수 출신의 내킨 코치는 2014년 샌프란시스코 구단 운영팀에 인턴으로 합류했다. 이후 샌프란시스코대학에서 스포츠 관리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구단 내에서 신인 지명 등에 관여하다가 2020년 1월에는 주루와 외야 수비를 지도하는 보조 코치로 선임됐다. 여성이 정식 코치로 임명된 것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내킨의 1루 주루 코치 역할은 2020년 7월 시범경기 때도 한 차례 했었다. 하지만 정식 경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킨 코치는 경기 뒤 〈이에스피엔〉 등과 인터뷰에서 “야구장은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열린 곳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알게 됐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한계를 정하고는 하는데 내가 메이저리그 코치가 된 것처럼, 그동안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을 누군가는 해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게이브 캐플러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내킨 코치는 리처드슨 코치와 함께 이 순간을 위해 준비해 왔다. 그라운드는 그에게 낯선 곳이 아니다. 내킨 코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일들을 아주 잘해 왔다”고 칭찬했다.
뉴욕 양키스 산하 싱글 A팀 탬파 타폰즈의 레이철 볼코벡 감독. AFP 연합뉴스
내킨 코치와 더불어 미국프로야구에서는 3일 전 새로운 역사가 하나 더 추가됐다. 미국프로야구 최초의 여성 사령탑이 된 마이너리그 싱글 A팀 탬파 타폰즈(뉴욕 양키스 산하)의 레이철 볼코벡(34) 감독이 10일 공식 데뷔전에서 플라잉 타이거즈에 9-6, 승리를 챙긴 것. 미국프로야구의 단단한 유리 천장에 서서히 금이 가고 있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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