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재건에 나서는 ‘원클럽맨’ 기아 타이거즈 김종국 감독. 기아 타이거즈 제공.
해태 타이거즈 마지막 1번 타자. 그리고, 기아 타이거즈 출신 첫 사령탑. 어느덧 호랑이 군단을 지휘한 지 100일이 훌쩍 흘렀다. 최근 수원 방문경기 숙소에서 〈한겨레〉와 대면 인터뷰를 진행한 김종국(49) 기아 신임 감독은 현장 지휘관으로 첫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올 시즌 기대가 많이 된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프로 데뷔 때부터 코치 시절까지 타이거즈에서만 몸담았다. 기아 구단이 매트 윌리엄스 감독과 계약해지 뒤 그를 타이거즈 제10대 감독으로 발탁한 이유도 그의 핏속에 흐르는 ‘타이거즈 정신’과 ‘선수단 장악력’ 때문이었다. 기아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코치 시절부터 선수들이 김 감독을 잘 따랐다”면서 “김 감독은 고집도 있고 강단도 있다. 품을 때는 품고, 잘라낼 때는 또 잘라낼 줄 안다”고 귀띔했다.
기아는 지난 스토브리그 때 전력보강을 가장 많이 한 팀이다. 더그아웃 리더이자 팀 에이스인 양현종이 미국에서 돌아왔고, 엔씨(NC) 다이노스로부터 거포 나성범을 영입했다. 기아는 이 둘에만 253억원(양현종 103억원, 나성범 150억원)을 투자했다. 김 감독은 “양현종, 나성범 모두 든든하다. 준비도 잘했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안다. 자기 루틴이 있기 때문에 부상만 없다면 둘 다 좋은 성적을 낼 것 같다”고 했다. 김 감독이 “검증된 보증 수표”라고 표현한 양현종은 시범경기 두 차례 등판에서 7이닝 무실점의 쾌투를 선보이고 있다. 나성범 또한 개막에 맞춰 방망이를 예열 중이다. 김 감독은 나성범이 “반등의 해를 준비하는 최형우와 함께 타선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범경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고졸 신인 내야수 김도영은 어떨까. 김종국 감독은 “공·수·주 모두 잘하는데 경기 감각을 조금만 더 익히면 슈퍼스타가 될 자질이 충분하다”고 했다. 선수 시절 이종범 현 엘지(LG) 트윈스 2군 감독과 룸메이트였던 입장에서 김도영이 ‘제2의 이종범’으로 불리는 데 대해서는 “이종범 선배는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에 왔다. 김도영은 고졸인데 같은 나잇대로 보면 이종범 선배의 19살 때보다 완성도가 더 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김도영은 멘털도 뛰어나고 자기 주관 또한 뚜렷하다”면서 “출루도 잘해주고 주루 능력도 좋아서 정규리그 때 기용한다면 리드오프 쪽으로 생각 중”이라는 구상도 곁들였다. 기아는 작년에 리드오프 역할을 했던 최원준이 입대해 1번타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 감독은 김도영 외에도 내야수 김석환, 황대인을 눈여겨보고 있다. “강팀으로 가려면 20대 초중반 선수들이 주전에서 자리를 잡아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외국인 타자인 소크라테스 브리토에 대한 기대감 또한 숨기지 않는다. 김 감독은 “1~2점 승부에서 수비의 중요성을 고려해 센터 라인을 안정감 있게 가져가기 위해 중견수로 소크라테스를 영입했다”면서 “한국 투수 성향을 배워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시범경기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할 수 있지만 일단 수비 범위가 넓고 주루가 되는 선수다. 홈런은 적을지 몰라도 방망이 콘택트 능력은 있다”고 했다. 한승택, 김민식이 경쟁 중인 주전 포수 자리는 “투수 리드나 블로킹 등 타격보다는 수비에 우선을 두고 기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5선발이다. 로니 윌리엄스, 션 놀린 외국인 투수 2명에 양현종, 이의리가 1~4선발을 맡게 되는데 아직 5선발이 비어 있다. 임기영, 한승혁, 이민우 등을 놓고 고심 중인데 “현재까지 한승혁이 한 발짝 앞서 있다”고 한다. 김 감독은 “외국인 투수들이 160이닝 이상 던져주고 양현종 또한 10승 이상을 해줘야만 포스트시즌에 갈 수 있다”면서 “페넌트레이스를 잘 치르려면 투수 관리가 제일 중요할 것 같은데 부상 없이 선발로테이션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선수 부상 관리’를 강조했는데 선수 시절 어깨 부상으로 2년간 좌절의 시간을 보낸 자신의 경험과 무관치 않다.
리더십에 대한 질문에 김 감독은 “어차피 경기는 선수가 하기 때문에 지도자는 선수가 편하게 야구에만 몰두하게끔 해주면 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시즌 전에는 코치, 감독, 단장의 시간이지만 시즌에 들어가면 선수의 시간”이라며 “선수들이 그라운드 플레이할 때 절대 눈치 보거나 위축되지 말았으면 한다. 플레이에 넘지 못할 선은 없다”고 했다. 선수의 자율적 플레이에 무게감을 실어주는 말이다.
김 감독은 ‘발야구’도 예고했다. “파워 있는 선수가 부족한 팀 사정상 빠른 스피드 야구를 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기아의 팀 도루 수는 73개. 10개 구단 중 9위를 할 정도로 ‘거북이 구단’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가 있을 예정이다. 기아는 23일까지 치른 시범경기 8경기에서 팀 도루 9개(전체 4위)를 기록했다. 13차례 도루를 시도할 정도로 활발한 야구를 선보이고 있다. 김 감독은 “개막하면 5월까지 포스트시즌 치르듯 고삐를 당길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전년도 하위권 팀으로 시즌 초반 다른 팀에 절대 뒤처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승부의 세계에서 초보는 없다”고 말하는 ‘초보 사령탑’이 선수, 지도자 시절 다 포함해 타이거즈에서 획득한 우승 반지는 모두 4개. 김종국 감독은 “기대가 부담되기도 하지만 일단 올해 목표는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그래서 몇 년간 실망스러운 성적으로 등 돌린 타이거즈 팬들이 야구장에 다시 돌아오게끔 하고 싶다”고 했다. ‘타이거즈 원클럽맨’의 포효가 머지않았다.
수원/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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