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 애스트로스 2루수 호세 알투베(오른쪽)가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 스프링캠프 도중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플로리다/AP 연합뉴스
메이저리그가 다시 기지개를 켰다. 발목을 잡고 있던 노사 협약(CBA)이 해결되면서 99일 만에 모든 활동이 재개됐다. 2022시즌 개막일은 4월8일(한국시간)로 정해졌고, 기존 162경기 모두 치러진다.
메이저리그는 이번 노사 협약으로 많은 것이 달라질 예정이다.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다양한 문제들이 논의됐다. 당장 이번 시즌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규정은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도입’과 ‘포스트시즌 확대’다.
2020년 단축 시즌을 제외하면 기존 투수 타석을 고수해 온 내셔널리그는 140년 넘게 이어 온 전통을 뒤로한다. 투수 타석은 간혹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하지만, 효율성이 크게 떨어져 계륵으로 전락한 상태였다. 실제로 지난해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평균 타율은 0.108였으며, 리그 평균 대비 공격 수준을 알 수 있는 조정득점생산력(wRC+)도 -22였다.
투수 타석이 사라지는 건 아쉽지만, 대신 더 많은 타자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전에는 공격력만 좋거나, 노쇠화로 수비력이 하락한 베테랑 선수들은 지명타자가 있는 아메리칸리그로 향했다. 그러나 내셔널리그도 지명타자를 받아들임으로써 양 리그가 동등해졌다.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의 ‘진짜’ 승부는 또 다른 볼거리다.
포스트시즌 진출 팀은 기존 10팀에서 12팀으로 늘어난다. 구단주 쪽은 14팀을 원했지만, 포스트시즌 방식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포스트시즌 경기는 팀 수익과 직결된다. 진출 팀이 늘어나서 경기가 많아지면, 수익은 증가하기 마련이다. 또한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심을 부추기면서 탱킹(고의적 패배) 방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승리를 갈구하는 구단들이 전력 보강을 추구하게 되면 선수들에게도 좋은 현상이다.
2020~21년 코로나 시대에 실행됐던 ‘7이닝 더블헤더’와 ‘연장전 승부치기’는 없어진다. 이 규정들은 선수 보호와 더불어 경기 시간 단축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야구의 근본적인 부분을 건드리면서 반발감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메이저리그는 또 다른 시험에 나선다. 피치 클락 도입과 베이스 확대, 수비 시프트 규제다.
피치 클락은 투수가 공을 던지기까지 시간제한을 두는 것이다. 주자가 없을 때는 14초, 주자가 있을 때는 19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한다. 투수가 지나치게 시간을 끄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했다. 베이스 확대는 정사각형이 15인치에서 18인치로 커진다. 루상에서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권장하는 동시에, 수비 시 발생하는 충돌을 줄이려는 의도다.
가장 흥미로운 건 수비 시프트 규제다. 수비 시프트는 수비수가 분석에 따라 타구가 많이 오는 곳으로 위치를 이동하는 것이다. 2016년만 해도 전체 타석에서 수비 시프트 비중이 14%였지만, 5년이 지난 2021년에는 31%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엘에이(LA) 다저스와 뉴욕 메츠, 휴스턴은 수비 시프트 비중이 각각 53.6%, 50.2%, 46.2%에 이르렀다.
수비 시프트가 성행하면서 타자들의 타구가 갇히기 시작했다. 특히 좌타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안타성 타구가 아웃되면서 공격력이 감소했다. 여기에 수비 시프트를 준비하는 시간이 더해지면서 경기 시간도 추가로 길어졌다. 참고로 지난해 경기 시간이 길었던 셋 팀 중 두 팀이 수비 시프트 비중이 높았던 휴스턴(3시간19분)과 다저스(3시간18분)였다. 메츠는 3시간9분.
피치 클락 도입과 베이스 확대, 수비 시프트 규제는 올해 바로 시행되지 않는다. 먼저 마이너리그에서 시범적으로 운영을 해보고 결정할 계획이다.
야구는 야구만의 매력이 있다. 그러나 시대 흐름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번 노사 협약을 통해서도 야구가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올해는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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