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케이티 위즈의 강백호가 지난 12월21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올해는 ‘흑호’의 해. 유니폼을 입으면 강한 인상을 뿜어내지만 사복을 입으면 넷플릭스를 좋아하는 여느 20대 자유분방한 청년으로 돌아가는 야구계의 유일한 ‘백호’, 강백호(23·KT 위즈)를 작년 말 만났다. ‘백호’라는 이름은 농구 만화 주인공과는 하등 상관없이 “큰 사람이 되라”고 아버지가 지어주셨다. 2022년,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는 강백호와 인터뷰를 열쇳말로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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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우승 팀 창단 처음이자 프로 데뷔 첫 우승. “우승 트로피를 드는 순간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꿈만 같았다”고 한다. 오히려 정규리그 1위가 결정된 타이브레이크 때 “너무 기쁘고 현실처럼 느껴져서” 펑펑 울었던 그다. 더군다나 타이브레이크는 간만에 관중 앞에서 경기한 터라 “흥분되고 짜릿해서 더 집중한 덕에 행복해서 평생 그 경기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까지 한다. 강백호의 데뷔 첫 한국시리즈 출전 기록은 4경기 12타수 6안타(타율 0.500) 4볼넷 1타점이다.
케이티 위즈 경기 때 강백호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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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할 타율 강백호는 전반기 내내 4할 타율로 승승장구하다가 후반기 부진을 겪으며 타격왕을 놓쳤다. 최종 시즌 타율은 0.347(3위). 그는 “4할을 치고 있을 때 타격 기술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도전을 택해서 타이틀을 놓치기는 했지만 내가 했던 도전에 대한 결과는 내가 지는 것이다. 좋은 시도였고,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지 올해 구상을 조금 더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타격 1위를 놓쳤을 뿐만 아니라 최다안타 2위(179개), 타점 2위(102개), 출루율 2위(0.350)로 생애 첫 ‘타이틀 홀더’도 되지 못했다. 강백호는 “타이틀을 따기에는 내가 미숙했던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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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감독 강백호는 이강철 감독을 “아버지 같다”라고 표현한다. “보통의 ‘감독님’이라면 벽이 느껴져서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데” 이 감독과는 카톡도 가끔 주고받는다. “편하게 말씀드릴 수 있고 개인 의견도 들어주신다”는 게 강백호의 말이다. 후반기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너 편한 대로 해봐”라고만 하셨다고 한다. 이 감독은 강백호에 대해 “이정후(키움)와 함께 한국 야구를 짊어져 가야 할 타자”라면서 “작년 경험이 있으니 올해 더 성숙해졌을 것이고 새로 영입한 박병호, 헨리 라모스와 함께 작년같이 잘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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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팀 케이티 우승에는 ‘원팀’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팀 내 타이틀 홀더 한 명 없이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강백호는 이에 대해 “언제나 ‘원팀’일 수는 없지만 후반기에 팀이 위기에 처했을 때 선배들이 앞장서서 더그아웃 분위기를 이끌어줬다. (박)경수, (유)한준, (장)성우 선배들이 먼저 다가와서 장난도 치면서 팀을 밝게 이끌려는 게 보였다”면서 “선배들의 헌신적인 모습에 하고자 하는 의욕이 더 생겼고 (1군) 팀 막내로 나도 고참이 됐을 때 ‘어린 선수가 보고 배울 수 있는 선배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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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케이티 입단 첫해(2018년), 팀은 처음으로 탈꼴찌를 했다. 9위, 6위, 2위를 거쳐 지난해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강백호는 “데뷔 이후 수원 팬들이 점점 느는 게 보였다. 나라면 진짜 못할 것 같은데 꼴찌 팀을 사랑해주고 응원해주는 게 너무 멋있었다”면서 “‘케이티 좋아해도 말을 못한다’는 댓글을 읽고 많이 속상했었다. 그래서 솔직히 더 우승하고 싶었고 팬들께 우승이라는 선물을 해드릴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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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도쿄올림픽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그다. 더그아웃 껍씹기 논란 등을 겪었지만 나름 올림픽을 치르면서 나름 “안주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시즌 중 타격폼을 바꾸는 모험을 감행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강백호는 “국제 대회 참가는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며 “항저우아시안게임(9월)도 잘 준비해서 대표팀에 뽑혔으면 좋겠다. 올림픽 때 도움이 못 된 것 같아 이번에는 꼭 태극마크를 빛내고 싶다”고 했다. 이강철 감독은 “강백호가 대표팀에 뽑히면 시즌 중이라도 보내줄 것”이라고 했다.
프로야구 케이티 위즈 강백호가 지난 12월21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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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021년의 야구를 강백호는 “배움”이라고 압축해서 말했다. “하면 할수록 배울 게 많고 알면 알수록 야구가 어렵게 느껴져서”다. 2022년 그의 야구는 “물음표”란다. “겨울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적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강백호는 “예측 가능한 선수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도 했다. “설사 못 하더라도 그 안에서 배우는 게 있을 것”이라며 “못한다고 좌절하지 않고 실패에서 희망을 볼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위즈 파크(kt 홈구장)에서 꼭 가을야구를 하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코로나19 탓에 케이티는 2년 연속 고척돔에서만 가을야구를 했다.
‘백호’가 우렁차게 포효하는 날, 막내 구단 팬들의 함성도 더 커지지 않을까.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