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에이 계약으로 케이티 위즈로 이적한 박병호. 케이티 위즈 제공
또 이적 선수가 나왔다. 올해 자유계약(FA) 시장에서만 5번째 이적이다. 프랜차이즈(급) 선수의 이적이라 충격파가 상당하다.
맨 처음은 박건우(31)였다. 허경민, 정수빈과 함께 두산 베어스에서 ‘90년생 트리오’를 이뤘던 박건우는 엔씨(NC) 다이노스로 팀을 옮겼다. 나성범과 계약이 풀리지 않자 엔씨가 박건우에게 과감히 베팅(6년 100억원)을 했다. 이후 삼성 라이온즈 주장이었던 박해민(31)이 엘지(LG) 트윈스로 갔고, 엔씨 창단 멤버였던 나성범(33)이 기아(KIA) 타이거즈와 계약했다. 롯데 자이언츠에서만 15년을 뛴 손아섭(33)은 엔씨로 움직였다. 그리고, 히어로즈 구단의 상징적 선수였던 박병호(35)가 29일 3년 총액 30억원 계약으로 마법사 군단(kt 위즈)으로 옮겼다.
프랜차이즈(급) 선수의 이적은 선수나 구단 모두 부담이다. 당장 팬들의 반발과 실망을 불러온다. 두산 팬들은 내부 에프에이 계약에 소극적인 두산 그룹을 힐난하는 트럭 시위를 했고, 히어로즈 팬들 또한 박병호 계약 전후로 구단 운영을 질책하는 트럭 시위에 나섰다. 한 롯데 팬은 엔씨 구단 사무실로 손아섭을 비난하는 근조화환을 보내기도 했다. 선수들은 손편지, 지면 광고 등으로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있으나 오랫동안 그들을 응원해온 팬들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듯하다.
이적 이유는 분명했다. 일단 원소속팀과 이적팀의 제시안이 계약기간과 총액 면에서 차이가 컸다. 손아섭의 경우 4년 기준으로 롯데는 42억원, 엔씨는 64억원을 제시했다. 나성범은 계약기간에 이견이 있었고 박해민은 소속팀 외 복수의 구단이 영입하려 하면서 총액이 10억원 이상 올라갔다. 박병호의 경우는 구단의 초기 협상 태도가 문제였다. 22억5000만원이라는 보상금 때문에 타 구단이 쉽게 영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히어로즈 구단이 미리 판단해 안일했던 측면이 있다.
세이버메트릭스 등 데이터를 다루는 데 능숙한 단장들이 늘어나면서 구단이 조금 더 객관적이고 냉정해진 측면이 있다. 과거의 보상이 아니라 미래의 투자로 에프에이 선수를 바라보고 있다. 롯데나 히어로즈 구단이 손아섭과 박병호에게 박했던 이유다.
영구 결번이나 코치 연수 등의 제안도 프랜차이즈(급) 선수들을 붙잡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예전 같으면 은퇴 이후 코치 등 안정된 지도자의 길을 위해 원소속팀을 택하기도 했으나 요즘은 이름값 있는 선수들의 경우 오히려 프로 코치를 꺼리고 있다. 스포츠(인) 예능이 흥하면서 선수들은 은퇴 뒤 지도자 수업을 받기보다는 방송 쪽 진출을 더 선호한다. 예능 출연료 등과 비교해 프로 코치 연봉(5000만원)은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야구의 겨울은 이별의 계절이다. 올해 겨울은 일부 구단 팬들에게 유난히 더욱 춥게만 느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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