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타이거즈와 자유계약을 마친 나성범. 기아 타이거즈 제공
풍문으로만 떠돌던 나성범(32)의 계약이 23일 발표됐다. 올해 스토브리그 최대어로 평가받는 나성범은 ‘소문대로’ 고향 팀인 기아(KIA) 타이거즈와 6년 총액 150억원(계약금 60억원·연봉 60억원·옵션 30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했다.
총액만 놓고 보면 2017년 미국 메이저리그(시애틀 매리너스)에서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로 복귀하면서 이대호가 받았던 액수(4년 150억)와 같은 역대 최고액 계약이다. 엔씨(NC) 다이노스 창단 멤버로 팀 잔류가 유력했던 나성범은 이번 시즌 뒤 사장, 단장, 감독이 바뀐 기아의 적극적인 구애에 이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성범이 도장을 찍으면서 올해 자유계약을 신청한 14명 선수 중 8명이 소속팀을 찾았다. 8명 중 3명(박건우, 박해민, 나성범)은 팀을 옮겼고, 4명(나성범, 김재환, 김현수, 박건우)은 총액 100억원 이상의 잭폿을 터뜨렸다. 신인드래프트에서 떨어져 육성 선수 신분으로 프로를 시작한 김현수는 두 차례 에프에이를 통해 230억원의 목돈을 쥐기도 했다.
23일 오전까지 계약한 8명 에프에이 선수에게 투입된 액수는 총 674억원. 이뿐만이 아니다. 에스에스지(SSG) 랜더스가 비 에프에이 선수였던 박종훈, 문승원과 장기계약을 하면서 각각 65억원과 55억원을 안겨준 터라 올해 스토브리그에 풀린 자금은 총 794억원에 이른다. 이들 몸값까지 합해 시장은 이미 역대 최고로 과열됐던 2016년(766억2000만원)을 넘어섰다.
아직 에프에이 시장에는 미국에서 돌아온 양현종을 비롯해 손아섭, 황재균, 강민호, 박병호, 오선진, 허도환 등 7명이 미계약 상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야구계에서는 역대 최초로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만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쓰일 것으로 예상한다. 팀 이적으로 발생한 보상 총액까지 합하면 액수는 그야말로 껑충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상황이 2년 가까이 지속하면서 각 구단은 선수단 인원을 축소하면서 운영비 절감에 골몰해 왔다. 하지만 에프에이 시장은 이런 기조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에프에이 영입은 구단 돈이 아닌 모그룹 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복수의 구단이 군침을 흘린 선수의 경우는 경쟁이 붙으면서 몸값이 10억, 20억 이상 뛰어올랐다. 나성범과 계약이 어그러진 엔씨가 박건우에게 6년 100억원을 안겨준 것처럼 팀 전력 약화를 메우기 위한 투자까지 나오면서 시장이 더욱 과열된 측면도 있다. 2023년부터 도입되는 연봉총액상한제(샐러리캡)도 구단들의 광폭 행보를 막지는 못하고 있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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