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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프로 가려면 3억”…강남 집 팔아 한다는 야구 사교육

등록 2021-12-10 05:00수정 2021-12-10 08:52

[스포츠통] 진입장벽 높아진 학생 야구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 취지 좋지만
학교내 단체훈련 시간 많이 줄어
연습 부족한 선수들 개인레슨 받아

감독 월급 등 회비 월 70만~100만
레슨비 월 150만~200만에 영·수과외
학부모 “중3때까지 1억원 쓴것 같다”

“레슨장서 배워라” 학교와 커넥션
아카데미선 유소년 경기력 높이려
코치가 스테로이드 주사해 구속도

대회 훈련 참가 허용일수 점점 줄어
야구유학 등 ‘고육책’ 대안 찾기도
픽사베이.
픽사베이.

“1억이면 회비조, 2억이면 대학, 3억이면 프로.”

아마추어 야구선수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 나오는 얘기다. 보통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야구를 시작했을 때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기본 회비로만 1억원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강남 집 팔아 아이 야구 시킨다”는 말까지 들린다. 야구 사교육비가 그만큼 증가했다. 야구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는 뜻도 된다. 경제적 지원 없이는 야구를 시작할 수 없는 시대다. 이유가 무엇일까.

부족한 학교 단체 훈련 시간

학생선수에 대한 학습권 보장 여론이 강하게 일면서 학교 내 단체 훈련 시간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야구 명문고의 경우 선수 수만 50명 안팎이 되는데 감독, 코치가 일일이 가르칠 수가 없다. 비주전의 경우는 더욱 단체 훈련 때 소외될 수밖에 없다. 개인 훈련이 부족한 선수들은 조급한 마음에 주말, 혹은 방학 때 사설 아카데미를 찾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 2017년 야구 아카데미를 시작한 한 은퇴 선수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야구 아카데미는 그리 많지 않았다. 선수들도 감독 몰래 찾아오고는 했는데 요즘은 레슨을 안 받는 학생이 없기 때문에 학부모, 학생 모두 레슨을 안 받으면 불안해한다”고 했다. 레슨받는 나이도 점점 어려져서 요즘은 초등학교 때도 아카데미를 찾는 추세다. 아카데미 별로 돌아가면서 기술 등을 익히는 것도 트렌드가 됐다.

한 달 비용 최소 300만원 이상

월평균 야구 레슨비는 150~200만원가량. 이미 학교 야구부 감독, 코치 월급 등을 위해 기성회비를 월 70~100만원씩 내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액수다. 여기에 더해 학교 교과목을 따라가기 위해 따로 영어, 수학 과외까지 받게 되면 경제적 비용은 더욱 치솟게 된다. 예비 고교 야구선수를 둔 한 학부모는 “감독, 코치 임금으로 월 80만원, 애들 부식비와 교통비 등으로 30만원 등 110만원을 낸다. 여기에 겨울 전지훈련비로 인당 600만원이 들어가는데 매달로 치면 기본 150만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이 비용에 레슨비, 수학 과외비 등이 따로 들어간다”고 했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1억원 정도는 쓴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비용적 부담과 향후 선택적 미래를 위해 국외로 눈을 돌리는 이들도 있다. 미국 플로리다 등으로 일명 ‘야구 영어 유학’을 보내는 것이다. 고교 야구선수 학부모이기도 한 야구 관계자는 “야구로 안 풀릴 경우 통역이나 에이전트, 프런트 등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 일본, 미국으로 아이를 보낸다고 들었다. 관련 유학원도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프로 코치보다는 레슨 코치

야구 아카데미 붐이 일면서 프로 출신들도 초봉 5000만원의 프로 코치보다는 사설 아카데미 개설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월수입이 1천만원을 넘는 데다가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고 유튜브 제작이나 방송 출연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몇몇 방송 해설위원도 자신의 이름을 딴 아카데미 개설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너도나도 아카데미 개설에 눈독을 들이면서 서울 강남에만 수십 개 아카데미가 난립해 이미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 포화 상태다. 이런 분위기에서 실적을 위해 부적절한 방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한화 출신의 이여상이 그 예다. 이여상은 지난 2019년 자신이 운영하던 야구교실에 다니던 유소년 선수들에게 경기력 향상을 위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직접 주사·판매해 약사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불법적인 일로 영구 퇴출당한 프로 선수가 이름을 바꿔 아카데미를 개설한 경우도 있다.

돈벌이가 된 학생 야구

아카데미가 활성화되며 문제점 또한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학교-아카데미 간 커넥션이 생기면서 감독, 코치가 노골적으로 “○○○ 레슨장에서 배우고 오라”는 학교도 있다.

현장과 아카데미 지도자의 코칭 방법이 달랐을 때도 문제가 생긴다. 한 아마야구 감독은 “선수들이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 레슨장에서는 개개인 맞춤형으로 지도해주기 때문에 방법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야구 관계자는 “학교에는 트랙맨이나 랩소도 같은 첨단 장비가 없지만 아카데미에는 있다. 학부모나 학생들의 정보력이 상당해서 학교 코칭이 올드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카데미에서는 야수는 타격 훈련, 투수는 투구 훈련 등만 가르치기에 수비, 주루 등의 기본기가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프로 입단이나 대학 입학을 위한 맞춤형 훈련만 하다 보니 기본기가 그만큼 떨어진다는 얘기였다.

한 해설위원은 “소신을 갖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레슨 코치도 있지만 아이들을 그저 ‘돈벌이’로만 보는 이들도 있다”고 일갈한 뒤 “야구가 이제는 돈이 있어야만 시킬 수 있는 운동이 되어버렸다”고 한탄했다. 학생선수 대회 훈련 참가 허용일수가 점점 축소되면서 학생선수와 학부모는 더욱 학교 밖에서 대안을 찾고 있다. 야구 사교육 열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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