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호세 페르난데스가 1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 2차전 2회말 1사 1·3루 상황에서 두산 페르난데스가 2타점 2루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도 두산 베어스는 가을야구 마지막 날까지 그라운드를 누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그 어떤 팀도 해내지 못한 대업을 김태형 두산 감독과 선수들이 이뤄냈다. 가히 ‘가을 타짜’답다.
두산은 10일 2만2109명의 관중이 모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3전2선승제) 2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초반부터 폭격하면서 11-3, 대승을 거뒀다. 삼성 최강 선발들인 백정현(1⅓이닝 5피안타 4실점), 원태인(1⅓이닝 2피안타 3사사구 2실점)을 무너뜨리고 일군 성과다. 두산 타선에서는 호세 페르난데스가 5타수 4안타 3타점, 강승호가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페르난데스는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이로써 두산은 김태형 감독이 사령탑으로 처음 부임한 2015년부터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게 됐다. 80~90년대를 호령한 ‘해태 왕조’도, 2000년대를 군림한 ‘삼성 왕조’와 ‘에스케이(SK) 왕조’도 못해냈던 일이다. 이길 경기는 반드시 이기는 현역 최고 승부사인 김태형 감독의 힘이 컸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른 팀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에 오른 정규리그 4위 두산은 14일부터 고척 스카이돔에서 창단 첫 정규리그 1위에 오른 케이티(KT) 위즈와 대권을 다툰다. 케이티와는 작년 플레이오프 때 만나 3승1패를 거둔 바 있다.
두산은 2015년 3위로 가을야구 최종 무대에 올라 삼성을 꺾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2016년과 2019년 정규리그 1위에 이은 통합 우승을 거머쥐었다. 2017년에는 1위 기아(KIA) 타이거즈, 2018년에는 2위 에스케이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내줬다. 작년에는 다시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엘지, 케이티(KT) 위즈를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피로가 누적된 상태였지만 정규리그 1위 엔씨(NC) 다이노스와 6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두산은 모그룹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며 지난 7년간 양의지(NC), 김현수(LG), 이원석(삼성), 민병헌(롯데·은퇴), 오재일(삼성), 최주환(SSG) 등 팀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갔으나 김 감독의 지휘 아래 끈끈한 기동력 야구를 펼치면서 버텼다. 이번 포스트시즌에는 특히 외국인 선발 투수(워커 로켓, 아리엘 미란다) 없이 풀타임 선발 한 명(최원준)과 이영하, 홍건희, 김강률, 이현승 등 불펜진으로만 버티면서 7경기(와일드카드 2경기, 준플레이오프 3경기, 플레이오프 2경기)를 치러냈다. 그나마 한국시리즈 때는 평균자책점·탈삼진 1위 미란다가 등판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정규리그 2위로 2015년 이후 6년 만에 가을야구에 초대됐으나 선수들의 무뎌진 공격력으로 두산에 맥없이 2전 전패를 당했다. 정규리그 승률 공동 1위 삼성으로서는 케이티와의 타이브레이커(1위 결정전)에서 패한 게 두고두고 아쉽게 됐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부임 2년 만에 삼성을 가을야구에 올려놨으나 단기전에서 투수 교체 타이밍 등 미숙한 면을 드러냈다. 1차전 8회 몽고메리, 2차전 2회 최지광 투입 등 총력전에는 맞지 않는 교체가 있었다. 김태형 감독이 2차전에서 이영하(3⅔이닝 2피안타 무실점) 카드를 일찍 꺼내 들며 삼성 타선을 철저하게 봉쇄한 것과 여러모로 비교됐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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