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정수빈이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2회말 1사 때 엘지 트윈스 구본혁의 타구를 잡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곰탈여’(곰의 탈을 쓴 여우) 감독이 이끄는 반달곰 군단은 역시 가을에 강했다. 7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두산 베어스는 7일 2년 만에 만원 관중(2만3800명)이 꽉 들어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2선승제) 3차전에서 정규리그 3위 엘지(LG) 트윈스를 10-3으로 꺾었다. 1차전 승리팀의 100% 플레이오프 진출 공식을 이어간 두산은 삼성 라이온즈(정규리그 2위)를 상대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리게 된다. 올해 플레이오프는 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2선승제로 열린다.
두산 1, 2번 테이블 세터는 밥상만 차린 게 아니었다. 포스트시즌에서 여러차례 명품 수비를 보여줬던 ‘추수빈’ 정수빈은 이날도 1, 2회 연속 몸을 날려 타구를 낚아챘다. 엘지의 초반 기를 꺾는 ‘슈퍼 캐치’였다. 타석에서도 6-1로 앞선 5회초 2사 만루에서 싹쓸이 3루타(PS 통산 최다 3루타 타이기록·5개)를 날리는 등 5타수 3안타 4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도 그의 몫이었다. 2번 타순의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는 1회초 무사 2루서 우중간 2루타로 선취점을 뽑았고, 3회초 1사 2루에서는 우월 투런포를 터뜨렸다. 5회초에도 팀에 두자릿수 득점을 안기는 적시타를 기록했다. 5타수 3안타 4타점.
반면 엘지는 여전히 ‘변비 야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회말 2사 만루에서 김민성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0-3으로 뒤진 2회말 2사 1, 2루서는 김현수가 외야 뜬공에 그쳤다. 3회말 2사 1, 2루서도 문성주가 삼진으로 고개를 떨구며 초반 득점 기회를 계속 놓쳤다.
두산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3회초 1사 2루 때 엘지 트윈스 투수 임찬규를 상대로 투런 홈런을 뽑아낸 뒤 1루로 달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희비 가른 ‘베테랑’과 ‘초보’의 투수 교체
김태형 두산 감독은 사령탑 데뷔해(2015년)부터 올해까지 7년째 가을야구를 치르고 있다. 반면 류지현 엘지 감독은 올해 처음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초보 사령탑이다. 두 사령탑의 가을야구 경험치는 투수 교체 타이밍에서 드러났다.
김 감독은 선발 김민규가 1회말 흔들리자 2회 곧바로 가장 믿는 불펜 투수인 이영하로 교체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면서 불펜진의 피로도가 누적됐음에도 과감한 선택이었다. 이영하는 4이닝(투구수 66개)을 2피안타 4사사구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류 감독의 투수 교체 타이밍은 한 박자씩 늦었다. 선발 임찬규가 3회초 1사 2루에서 전 타석에서 2루타를 내줬던 페르난데스와 맞닥뜨렸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페르난데스에게 홈런을 내준 뒤에야 이틀밖에 못 쉰 앤드루 수아레즈를 마운드로 올렸다. 1-4로 뒤진 5회초에는 필승조가 아닌 김윤식을 마운드에 올렸다.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경기에 최상의 카드가 아닌 차상의 카드를 꺼내들며 5회에만 대거 6점을 내주면서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두산 베어스 이영하가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엘지 트윈스 타선을 상대로 공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엘지는 오지환이 정규리그 막판 쇄골 부상을 당하면서 주전 유격수 없이 준플레이오프전을 치렀다. 오지환 대신 중용된 구본혁은 수비에서 자잘한 실수를 보였다. 구본혁 뿐만이 아니었다. 3루수 김민성까지 흔들렸고 3차전 5회초 2사 만루서 박계범의 타구를 놓치면서 빅이닝의 빌미를 제공했다. 엘지는 1차전 때도 2루수 정주현의 실책으로 점수 차가 벌어지며 패배했었다.
오지환의 빈자리는 공격에서도 느껴졌다. 구본혁은 1~3차전 동안 8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며 단 1안타도 뽑아내지 못했다. 외국인 타자와 오지환 없는 엘지 타순은 답답한 공격력으로 잔루(3차전 13개)만 계속 쌓았고 결국 2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에서 잠실 맞수 두산에 패했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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