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4713. 이정후(23·키움 히어로즈)의 타율이다.
0.34711. 강백호(22·kt 위즈)의 타율이다.
0.00002의 차이. 비단 둘 뿐만이 아니다. 전준우(35·롯데 자이언츠)가 있다. 20일 현재 전준우의 타율은 0.34674. 타율을 할푼리로만 끊으면 세 선수는 똑같이 타율이 0.347가 된다. 타격 부문은 자고 나면 순위가 바뀌어 있다.
전반기만 해도 ‘강백호 천하’였다. 4할대 타율(0.395)을 오갔다. 하지만 도쿄올림픽 때 의도치 않게 더그아웃 껌 씹기 논란에 휘말리며 심리적으로 위축된 탓인지 후반기에는 3할도 못 쳤다. 후반기 타율이 0.286에 그친다. 레그킥, 토스텝 등 타격 폼을 바꿔가면서 전반기 타격감을 찾으려 하고 있으나 여의치가 않다. 그나마 9월(0.250)과 비교하면 10월(0.302)에 타격감을 회복하는 모습이다.
강백호가 주춤한 사이 이정후가 매섭게 몰아쳤다. 8월 타율이 0.429, 9월 타율 0.433로 맹타를 휘둘렀다. 하지만 10월 들어서 주춤하면서 최근 5경기 19타수 무안타의 빈공에 시달리며 타율이 많이 깎였다. 10월 타율이 0.241에 불과하다. 이정후는 옆구리 통증에서 채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백호와 이정후의 2파전이 될 것으로 보였던 타격왕 싸움은 둘의 타율이 점점 깎이면서 전준우까지 가세하게 됐다. 최다안타 1위(181개)를 질주 중인 전준우는 9~10월 타율 0.421로 물오른 방망이를 선보이고 있다. 최다안타 부문에서 2위 강백호(168개)에게 여유 있게 앞서 있어 여차하면 타격왕까지 2관왕을 노릴 참이다.
셋 모두 남은 경기 수가 엇비슷해 누가 유리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다만 이정후는 타수(435타수 151안타)가 적기 때문에 당일 성적에 따라 타율 변동 폭이 강백호(484타수 168안타), 전준우(522타수 181안타)에 비해 크다는 차이는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성적에서 이정후, 강백호, 전준우 똑같이 4타수 무안타에 그치면 0.3439로 떨어지는 반면 강백호는 0.3442, 전준우는 0.3441가 된다. 반대로 4타수 2안타를 치면 이정후는 0.3485. 강백호는 0.3455, 전준우는 0.3479가 된다. 몰아치기가 이어진다면 이정후가 유리할 수도 있으나 현재의 타격감으로는 장담하기 힘들다.
이정후와 강백호의 경우 소속팀이 가을야구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인 것도 변수다. 현재 키움은 5강, 케이티는 1위 싸움 중이다. 전준우는 롯데가 사실상 5강에서 멀어진 터라 그나마 개인 성적에만 집중할 수 있다.
셋 모두 지금껏 타격왕을 차지한 적은 없다. 정규리그 종료까지 열흘 남짓 남은 상황. 과연 누가 왕관을 쓰게 될까.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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