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이 7일(한국시각)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와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뉴욕/유에스에이투데이스포츠 연합뉴스
스스로도 마음을 다잡고 싶었던 것일까. 덥수룩했던 수염을 밀어버리고 투구 패턴을 바꾸니 꼭 필요했던 승리가 따라왔다.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은 7일(한국시각)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와 방문경기에 시즌 27번째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볼넷은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투구수는 80개(스트라이크 56개). 평균자책점은 3.77(종전 3.92)로 낮아졌다. 토론토가 8-0 승리를 거두면서 류현진은 시즌 13승(8패)을 거뒀다.
지난 2경기 등판에서 승을 챙기지 못해 단단히 벼른 모습이었다. 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시속 93.9마일(151㎞)까지 찍혔다. 이날은 체인지업(21개)이 아닌 슬라이더(22개)를 많이 구사했다. 포심 패스트볼(30개) 다음으로 많이 던졌다. 류현진은 올해 평균적으로 속구 35.8%-체인지업 25.5%-커터 25.4%-커브 12.4%-슬라이더 8.6% 비율(베이스볼 서번트 기준)로 투구해왔다. 하지만 이날은 속구 37.5%, 슬라이더 27.5%. 체인지업 26.3%의 비율로 던졌다. 양키스 타자들을 헷갈리게 하기 충분했다.
류현진은 경기 뒤 한 화상 인터뷰에서 “(팀 동료)로비 레이의 투구 내용을 열심히 공부했다”면서 “레이는 속구와 슬라이더만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그 구종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레이는 현재 11승5패 평균자책점 2.60(아메리칸리그 1위)을 기록 중인데 현재 토론토 1선발 구실을 하고 있다. 류현진은 “슬라이더는 높게 혹은 낮게 던질 수 있는데, 낮게 던지면 상대 타자가 더 어려움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구종마다 쓰는 근육이 달라서 몸에 조금 무리는 왔다. 류현진은 “평소에 안 던지던 슬라이더를 많이 던지면서 몸에 타이트한 느낌을 받았다. 무리하고 싶지 않아서 감독님, 코치님과 이야기하고 공을 넘겼다”고 말했다. 류현진이 80개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온 이유다. 류현진은 “큰 문제는 아니라서 다음 선발 등판은 문제없다”고 했다.
류현진의 호투와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의 시즌 40호 홈런을 앞세운 토론토는 5연승을 질주했다.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경쟁자인 양키스를 상대로 거둔 승리라 더욱 값졌다. 양키스와 차이는 3.5경기. 〈엠엘비닷컴〉은 류현진의 이날 투구에 대해 “토론토는 중요한 경기를 맡길 투수가 필요해 2019년 12월 베테랑 류현진과 계약했는데 오늘 그 믿음에 부응했다”면서 “제일 중요한 순간에 나온 눈부신 피칭이었다”라고 극찬했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최소 6이닝 투구가 필요했는데 류현진이 잘 던져줬다. 좋은 타자들을 상대하면서 균형을 잃지 않았고 평균 구속 92마일(148㎞)의 패스트볼은 올 시즌 제일 빨랐다. 슬라이더도 좋았다”고 밝혔다. 최근 8승1패 상승세를 보이는 토론토는 시즌 29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류현진은 5경기 정도 더 등판할 듯 보인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