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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김양희의 맛있는 야구] ‘진짜’ 위기는 따로 있다

등록 2021-08-17 16:37수정 2021-08-18 02:39

‘프로야구’라는 기업 경영 리스크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기아 타이거즈(KIA)는 KBO리그 후반기 시작 전(9일) 팀 에이스였던 외국인 투수 애런 브룩스(31)를 퇴출했다. 당시 브룩스는 대마초 성분이 섞인 전자담배를 해외 직구로 주문해 관계 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었다. 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고 브룩스 또한 관련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이었으나 기아 구단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브룩스를 내보냈다. 키움 히어로즈 행보도 비슷했다. 음주운전으로 조사를 받은 외야수 송우현(25)을 곧바로 방출했다. 기아나 키움 모두 물의를 빚은 선수들에 대해 곧장 칼을 빼들었다. 엔씨(NC) 다이노스 사례가 반면교사가 된 듯하다.

엔씨 구단은 지난 7월 박석민, 박민우, 권희동, 이명기 등 주전 선수 4명의 숙소 내 일탈행위가 나왔을 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코로나19 방역지침 등과 연계돼 자칫 선수 명예훼손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행보는 맹독이 되고 말았다. 한껏 부풀려진 소문으로 구단, 선수, 심지어 리그까지 모두 치명상을 입었다. 엔씨 구단은 사장, 단장 경질을 넘어 김택진 구단주 겸 엔씨소프트 대표이사까지 직접 나서서 사과해야만 했다. 모기업(엔씨소프트) 이미지가 추락한 것은 물론이다. 선수단 통솔 문제가 모기업까지 뒤흔든 하나의 사례다.

에스케이(SK)그룹이 야구단을 ‘손절’한 뒤 내내 궁금하던 것이 있었다. ‘왜 에스케이(SK)가 신세계에 야구단을 매각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KBO리그 원정 숙소 술자리 파문과 뒤이은 2020 도쿄올림픽을 지켜보면서 몇 달 간 이어온 궁금증이 얼추 풀렸다.

펜싱 대표팀은 2012 런던올림픽부터 2016 리우 대회, 2020 도쿄 대회 때까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펜싱 관계자들은 “에스케이그룹 지원 이후 메달이 나온다”고 입 모아 말했다. ‘현대’라는 이름이 박힌 야구단은 없는 현대자동차그룹은 양궁 대표팀 성적이 꾸준하게 나면서 이번에도 온라인 안팎에서 많은 칭찬을 받았다. 불과 두 달 전 팬들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구단주로 있는 기아 타이거즈 구단 운영에 불만을 품고 양재동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를 했었다.

디지털 대나무 숲에 누군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는 순간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임금님 귀는 당나귀가 되는 시대에 선수 행동, 구단 처신 하나하나가 모기업 경영 리스크가 되고 있다. 한국 프로스포츠의 경우 미국 메이저리그(MLB),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달리 기업 이름을 스포츠단 전면에 내세우기 때문에 리스크는 더욱 크다. 특히 프로야구의 경우 6개월 가까이 정규시즌 144경기를 치르면서 온갖 사건을 다 겪는다. 돌발 변수도 많이 튀어나오는데 그때마다 모기업은 좋든싫은 입길에 오르내린다. 오프 시즌 때도 큰 금액을 쓰지 않으면 ‘가난한 기업’이라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 대나무 숲이 지천으로 널린 디지털 시대에 야구단 운영은 득보다 실이 더 많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에스케이 야구단이 신세계로 팔릴 즈음 다른 몇몇 구단도 매각에 관심을 보였다는 얘기를 들었다. 시대 변화와 맞물려 ‘프로야구’는 더 이상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다. 올 시즌 여러 악재가 터지는 가운데 어쩌면 야구의 ‘진짜’ 위기는 따로 있는지도 모른다.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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