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14일(한국시각) 콜로라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아메리칸리그 선발투수로 나와 1회 공을 던지려고 하고 있다. 콜로라도/AFP 연합뉴스
2년 만에 개최된 메이저리그 올스타전(14일)이 성황리에 끝이 났다. 4만9184명의 관중이 별들이 한 곳에 모인 장면을 지켜봤다. 올해도 아메리칸리그 올스타팀이 내셔널리그 올스타팀을 5-2로 꺾었다. 8연승을 질주한 아메리칸리그 올스타팀은 최근 18번의 올스타 경기에서 15승3패를 거뒀다. 내셔널리그 올스타팀은 6회와 8회 두 번의 만루 기회에서 크리스 브라이언트가 허무하게 물러났다.
올해 올스타전은 콜로라도 로키스 홈구장 쿠어스필드에서 열렸다. 타구가 다른 구장에 비해 많이 뻗어 나가는 쿠어스필드는 메이저리그 대표적인 타자 친화적 구장이다. 올해도 리그 평균 성적(타율 0.240, 장타율 0.402)보다 쿠어스필드에서 타격 성적(타율 0.262, 장타율 0.436)이 더 뛰어났다. 실제로 쿠어스필드에서 열렸던 1998년 올스타전에서는 양 팀 합해 31안타 21득점이 쏟아졌다. 이번에도 양 팀의 많은 득점이 기대됐지만, 예상과 달리 난타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올해 올스타전은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를 위한 무대였다. 지명타자로 선발된 오타니는 투수로도 뽑히면서 시작부터 최초의 역사를 작성했다. 아메리칸리그 올스타팀 감독 케빈 캐시는 오타니를 선발투수로 낙점했다. 규정대로라면 선발투수와 지명타자 동시 출장은 불가능하지만, 사무국은 특별 규정까지 마련하면서 오타니를 배려해줬다. 홈런 더비에서 비거리 513피트(156m) 홈런을 날린 오타니는 올스타전 선발투수로 나와 시속 100.2마일(161㎞)을 공을 던졌다.
첫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오타니는 승리 투수가 됐다. 비록 홈런 더비 우승과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는 수상하지 못했지만,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주인공이었다. 특히 오타니는 “올스타 기간이 끝나면 꽤 피곤하고 지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내가 뛰는 것을 원하고, 나는 그들이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독 불참하는 선수들이 많았던 이번 올스타전에서 오타니의 ‘팬 퍼스트’ 메시지는 더욱 돋보였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14일(한국시각) 콜로라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아메리칸리그 올스타로 출전해 3회 솔로홈런을 터뜨리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콜로라도/UPI 연합뉴스
올스타전을 빛낸 또 다른 선수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2·토론토 블루제이스)였다. 게레로는 3회 비거리 468피트(143m)짜리 대형 홈런을 터뜨렸다. 5회에도 땅볼로 3루 주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를 불러들임으로써 타점 하나를 추가했다. 데뷔 첫 올스타전에 나섰던 게레로는 역대 최연소 올스타전 엠브이피로 이름을 올렸다. 22살119일의 나이는 1992년 올스타전 엠브이피 켄 그리피 주니어(22살236일)보다 더 어린 나이였다. 경기 후 게레로는 “동료들이 엠브이피를 받지 못하면 돌아오지 말라고 했다”며, 팀에 무사히 복귀할 수 있음에 안심했다.
게레로는 1969년 자니 벤치(당시 21살228일) 이후 올스타전 최연소 홈런 타자였다. 또한 이 홈런으로 올스타전에서 홈런을 때려낸 세 번째 부자 관계가 됐다. 아버지 게레로 시니어는 2006년 올스타전에서 홈런을 쏘아 올렸다. 게레로 부자 이전 본즈 부자와 그리피 부자가 올스타전에서 홈런을 친 바 있다. 이처럼 게레로의 홈런은 과거의 올스타전을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됐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올스타전을 즐겼던 게레로는 꿈꿔왔던 순간이 이루어진 것에 감격스러워했다.
2021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이 열린 14일(한국시각) 콜로라도 쿠어스필드 전경. 많은 팬이 운집해 올스타전 개회식을 지켜보고 있다. 콜로라도/AFP 연합뉴스
추억을 공유할 수 있었던 이번 올스타전은 메이저리그 세대교체 또한 실감하게 해줬다. 오타니와 게레로를 비롯해 올스타전에 처음 나서는 선수가 무려 40명이나 됐다. 40명은 역대 최다 기록이다. 역시 처음 출장하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2·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경기에서 안타는 치지 못했지만, 분홍색 정장을 입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경기 중에도 솔직한 감정 표현으로 볼거리를 제공했다. 타티스와 같이 개성 강한 선수들이 나오면서 메이저리그는 점점 젊어지고 있다.
한편, 이번 올스타전에서 큰 환영을 받은 또 한 명의 선수는 놀란 아레나도(30·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였다. 콜로라도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아레나도는 지난 2월 세인트루이스로 전격 트레이드됐다. 콜로라도 시절 5번의 올스타전에 출장했지만, 정작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올스타전은 다른 팀 소속으로 방문했다. 기립박수를 받은 아레나도는 쿠어스필드 관중들을 향해 “모두 다 사랑한다”고 화답했다.
힘들었던 시기를 극복하고 치러진 이번 올스타전은 더욱 특별한 축제였다. 올스타전을 장식한 모든 선수와 팬들이 승자였다. 그곳에 패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창섭 메이저리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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