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19일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도곡타워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대 한돌’ 3번기 제2국에서 바둑판을 응시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초반 실착이 패착이 됐다. 이후 반전은 불가능했다.”
이세돌 9단이 1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대 한돌’ 치수고치기 3번기 2국에서 122수 만에 흑 불계패를 당했다. 전날 1국에서 두 점을 깔고 이긴 이세돌은 1승1패를 기록했다. 이세돌은 21일 고향 신안에서 열리는 3국에서 다시 치수를 고쳐 두 점을 깔고 둔다.
전날 1국 승리로 이날 맞바둑(호선)에 나선 이세돌은 흑을 쥐고 실리작전을 폈다. 맞바둑 흑번은 6집반을 공제하지만, 인공지능에선 7집반을 빼도록 프로그램 돼 있다.
선착하는 만큼 집을 키워야 했던 이세돌은 초반 좌상귀 접전에서 실착한 뒤 반격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현장에서 공개해설을 진행한 조인선 4단은 “좌상귀 31번째 수가 첫번째 실수였고, 이어 하변 쪽에 둔 33번째 수가 두번째 치명적인 실착이었다. 그 순간 이세돌 9단의 승률은 10%로 떨어졌고 이후 만회할 기회가 없었다”고 총평했다.
엔에이치엔(NHN)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한돌은 국내 최강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초 박정환 9단 등 톱5 기사들과의 대국에서 5전 전승을 거뒀다. 이날도 전날 접바둑 패배 때와는 달리 초반부터 완력으로 이세돌을 압박하며 위력을 과시했다. 전날 이세돌이 두 점을 먼저 깔고 두는 접바둑 때와 달랐다. 이세돌은 간격을 좁히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승기를 잡은 인공지능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조인선 해설위원은 “인공지능은 토끼 같다. 훌쩍 달아난 뒤 결승점에서 거북이가 오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절대 방심하지 않는다. 반집을 이겨도 이긴다”고 설명했다.
이세돌은 대국 뒤 “초반에 순간 착각으로 너무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해 아쉽다. 뒤로 받았어야 하는데 그냥 밀었고, 손 빼도 되는 줄 알았다. 승부처인데 눈에 보이는 실수를 해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1국은 많이 준비했고 이기기 위해 내 스타일로 두지 않았다. 마지막 3국은 진짜 마지막이기 때문에 승패 따지지 않고 내 스타일 대로 (치열하게) 두겠다”고 강조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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