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알파고와 대결한 이세돌 9단. 한겨레 자료사진
두 점차의 간격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은퇴를 선언한 이세돌 9단(36)이 18일 낮 12시 서울 도곡동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펼치는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대 한돌’의 1국 대결이 팬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2016년 알파고와의 대국 땐 맞바둑(호선)으로 뒀지만, 이번에 두 점을 깔고 두는 것은 그사이 인공지능이 더 발전했기 때문이다. 프로기사들이 두 점을 놓고 둔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현재 상황은 두 점에서 인간이 인공지능을 막을 수 있는가에 쏠려 있다.
30년 기사인생 처음으로 흑 두 점을 먼저 깔고 두는 이세돌 9단이 1국에서 인공지능 한돌에 진다면, 2국(19일)에서는 석 점으로 돌 수가 늘어난다. 또 진다면 21일 전남 신안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벌이는 3국에서 넉 점을 깔아야 한다. 바둑용어로 실력이 약한 쪽이 먼저 놓고 둬야 하는 치수고치기다.
김만수 8단은 “지난해말부터 올해초까지 두 점을 깔고 두면 사람이 이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다시 진화해서 이제 두 점을 깐 기사를 이기는 형국이다. 이세돌 9단이 쉽지 않은 대국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번에 대국에는 국내 엔에이치엔(NHN)이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한돌이 등장한다. 알파고는 이세돌과의 ‘세기의 대국’을 펼치면서 구글을 인공지능 업계의 선두주자로 급부상시킨 뒤 사라졌지만, 나라별로 알파고의 여러 후속 버전이 등장했다.
한돌은 1999년부터 ‘한게임 바둑’을 서비스하며 축적해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발돼 현재는 프로기사의 실력을 뛰어넘는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1월 신민준, 이동훈, 김지석, 박정환, 신진서 9단 등 국내 최강기사들과의 릴레이 대국에서 5전 전승을 거뒀다. 8월 열린 2019 중신증권배 세계 인공지능(AI) 바둑대회에서 3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돌은 이세돌에게 두 점을 먼저 놓게 하지만, 선착자에게 공제하는 7집반을 미리 확보하고 들어간다. 이런 까닭에 전문가들은 두 점이 아니라 한 점 반을 까는 것으로 본다.
이세돌 9단의 상황은 3년 전 알파고 대국 때보다 좋지 못하다. 12월 한국기원 바둑랭킹은 10위권 밖이고, 최근 몇 달 새 실전경험이 부족한 만큼 감은 떨어져 있다.
자신이 선호하는 공격적인 기풍을 그대로 이어갈지, 아니면 승률을 위해 수비형으로 바꿀지가 관심사다. 실제 한국과 중국의 수비형 프로 기사들은 두 점을 깔더라도 인공지능과의 대결에서 승률이 높게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 대결할 때 자신의 스타일대로 공세적으로 두다가 1~3국을 내리 패했다. 하지만 4국에서는 수비형으로 바꾼 뒤 ‘한방’을 노리면서 “인간계 유일한 1승”을 거뒀다.
대국의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 초읽기 1분 3회이며 유창혁 9단과 김만수 8단 등이 해설을 진행한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