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 9단(왼쪽)이 19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에서 열린 20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11국에서 중국의 당이페이 9단에게 진 뒤 복기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한국의 농심배 역전의 꿈이 무산됐다.
한국 대표팀의 박정환 9단이 19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에서 열린 제20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 3차전 제11국에서 중국의 당이페이 9단에게 276수 만에 백 1집 반으로 패했다. 유일하게 남았던 박정환 9단의 패배로 우승컵은 4명의 기사가 살아남은 중국이 차지했다. 상금 5억원.
한국, 중국, 일본 3국에서 5명씩의 프로기사가 출전해 국가대항전을 벌이는 농심배에서 한국은 12번, 중국은 7번, 일본은 1번 우승했다. 근래에 들어 중국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안국현, 신민준, 최철한, 이세돌 9단이 초반에 모두 탈락해 박정환 9단만 남았다. 박정환 9단은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열린 2차전 9국에서 7연승을 달리던 판팅위 9단을 제압하면서 한국을 이번 3차전 대회까지 이끌었다. 박정환 9단은 18일 3차전 10국에서 일본의 이야마 유타 9단을 제압해 2연승을 달리면서 자존심을 세웠다. 일본은 한 선수도 살아남지 못했다.
하지만 3연승에 도전한 이날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난전 끝에 당이페이에 무너졌다. 중국은 당이페이 외에도 스웨, 구쯔하오, 커제 9단 등이 4명의 기사가 남아 있었다.
한국은 과거 농심배에 강했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세계 1위 이창호 9단의 존재 때문이었다. 이창호 9단은 2004년 6회 대회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서 5연승을 거두며 우승컵을 차지해 ‘상하이 대첩’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바 있다.
하지만 이제 이창호 신화가 반복되기를 바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당시와 달리 중국 기사들의 실력이 일취월장했고, 최고수들의 실력 차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박정환 9단이 판팅위의 7연승을 저지하고, 이야마 유타와의 대결에서 이긴 것 자체만으로도 평가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동환 한국기원 대회사업본부장은 “박정환 9단이 열심히 싸웠다. 과거 이창호 9단처럼 대역전극을 펼치기를 바라는 팬들이 많다. 하지만 이제는 이창호 신화를 놓아줄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농심배 제한 시간은 1시간이며 1분 초읽기 1회를 제공한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