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 9단(왼쪽)이 19일 열린 춘란배 4강전에서 커제 9단과 대국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한국 기사가 중국에서 열린 세계대회 4강전에서 모두 이겨 결승에 진출했다. 모처럼 중국세를 꺾고 들려온 반가운 소식이다.
박정환 9단은 19일 중국 저장성 닝보시 잉멍위안호텔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제12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4강전에서 중국 랭킹 1위 커제 9단에 291수 만에 백 1집반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박정환 9단은 커제와의 맞전적에서 9승 7패로 앞섰다. 같은 시간대 열린 박영훈 9단과 당이페이 9단의 4강전에서도 박 9단이 310수 만에 흑 1집반 승을 거뒀다. 내년 6월 예정된 결승전은 한국 기사의 독무대가 됐다.
이날 해설을 맡은 안국현 9단은 박정환 9단이 막판 재역전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안 9단은 “상변 백114ㆍ116의 날카로운 공격으로 박 9단이 앞서 나갔지만 끝까지 잡으러 가지 않고 백176으로 패를 따내 타협하면서 커제 9단이 조금 남는 형세였다. 그러나 종반 커제 9단이 좌변(흑229)과 하변(흑237)에서 두 번의 치명적인 끝내기 실수를 범해 박정환 9단이 재역전했다”고 평했다.
박정환 9단과 박영훈 9단이 세계대회 결승 무대에서 ‘박-박’ 대결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올 1월 열린 제3회 몽백합배 세계바둑선수권 결승 5번기에서는 박정환 9단이 3-0으로 승리했다. 국내대회로 2011년 열린 제16회 GS칼텍스배 결승 5번기에서도 박정환 9단이 3-0으로 이겼다. 상대 전적에서 박정환 9단이 17승 8패로 앞서 있다.
춘란배는 중국 가전업체인 춘란그룹이 후원하는 세계대회로 1999년 첫 대회 이래 20년째 계속되는 장수 기전이다. 5회 대회부터 격년제로 개최되고 있는 춘란배의 제한시간은 2시간 25분에 1분 초읽기 5회, 덤 7집 반이다. 우승 상금은 15만달러(1억7000만원), 준우승 상금은 5만달러다. 그동안 한국과 중국이 각각 5회씩 정상에 올랐고 일본이 한 차례 우승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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