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 9단이 18일 열린 지에스칼텍스배 결승 5번기 5국에서 이세돌 9단을 불계로 꺾고 우승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천재 계보를 잇는 신진서(18)가 드디어 포효했다. 본격 기전에서 두번째 타이틀을 챙기면서 자신감도 폭발했다.
국내 바둑랭킹 2위 신진서 9단이 18일 서울 한국기원 바둑티비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3기 지에스(GS)칼텍스배 결승 5번기 5국에서 이세돌(35) 9단을 278수 만에 백 불계로 꺾었다. 신진서 9단은 3승2패로 대회 정상에 올랐다. 상금 7천만원.
이날 대국은 초반부터 신진서가 주도했다. 박정상 9단은 “초반부터 이세돌 9단이 신진서에 당했다. 이후 이세돌 9단이 특유의 흔들기로 판을 몰고 갔으나 신진서 9단이 잘 막았다. 신진서 9단이 단 한 번의 기회도 주지 않고 완승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신진서 9단의 우승은 향후 한국 바둑판을 흔들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다. 신진서 9단은 2년여 전 종합 기전인 렛츠런파크배 우승 뒤 국내 최고 규모의 개인전 제패로 상승 탄력을 받게 됐다. 박정상 9단은 “신진서는 국내 바둑의 재능 계보에서 이세돌, 박정환을 잇는 천재지만, 지금까지 세계대회 4강이나 국내대회 결승에서 매듭을 잘 짓지 못했다. 이번에는 용의 눈에 제대로 점을 찍었다”고 평가했다.
신진서 9단은 “대회 전에는 승패와 관계없이 좋은 내용의 바둑을 두려고 했지만 5국까지 가면서 욕심이 나 열심히 뒀다. 우승을 계기로 앞으로 세계대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박정상 9단은 “큰 대회에서 강자를 물리치면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을 것이다. 현재 한국 바둑은 박정환, 김지석, 이세돌, 신진서가 압도적 4강을 이뤘지만, 신진서가 우승을 하면서 기존 판도에 균열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진서 9단은 이번 대회 1국에서 승리하며 기선을 제압했으나, 2국에서 일격을 당했다. 다시 3국에서 승리해 우승을 눈앞에 뒀지만 4국에서 이세돌 9단에게 또 승리를 내줘 최종국으로 몰렸다. 하지만 막판에 더는 물러서지 않고 화룡점정을 찍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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