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왼쪽)이 17일 열린 지에스칼텍스배 결승 4국에서 이긴 뒤 신진서 9단과 복기하고 있다. 사이버오로 제공
가파른 후배의 추격에 벼랑 끝에 몰렸던 이세돌(35) 9단이 기사회생했다. 신흥세력을 상징하는 후배의 윽박에도 물러섬이 없었다.
이세돌 9단이 17일 서울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3기 지에스(GS)칼텍스배 결승 5번기 제4국에서 신진서(18) 9단을 242수 만에 백 불계로 꺾었다. 1, 3국을 패했던 이세돌 9단은 2, 4국을 잡아 균형을 맞췄다. 둘은 18일 오후 2시 최종국에서 우승상금 7000만원의 주인을 가린다.
이세돌과 신진서의 대결은 단순한 한판의 싸움이 아니라, 바둑계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싸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진서 9단이 이긴다면 이세돌 시대를 마감 짓는 속도는 빨라지고, 반대로 이세돌이 패권을 차지하면 세대교체는 잠시 미뤄지게 된다.
현재 한국 순위 1위는 박정환 9단이 차지하고 있지만, 2위 신진서가 일인자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4위 이세돌이라는 거목을 만났다. 신진서 9단으로서는 확실하게 자신의 입지를 굳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대국이다.
앞서 1국에서는 신진서 9단이 기선을 제압해 세대교체 이행 속도를 높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이 뒷심으로 2국을 따냈고, 3~4국에서도 한판씩 주고받았다. 이날 4국에서는 두 기사가 치열한 수읽기를 통해 명승부를 펼쳤다.
목진석 바둑 국가대표 감독은 “신진서 9단이 초반 판을 잘 짰지만 중반에 실수해 미세한 바둑으로 기울었다. 끝내기에서도 기회가 있었지만 정확한 형세판단을 하지 못해 복잡해지면서 역전패를 당했다”고 했다. 목 감독은 “이번 대국은 한국 바둑의 상징적인 존재인 이세돌 9단과의 싸움이다. 신진서 9단이 우승한다면 바둑 인생에서 전환점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회의 우승상금은 7천만원, 준우승 상금은 1천500만원이다. 제한시간은 각자 10분에 40초 초읽기 3회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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