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프로기사들에게 지난해 말부터 43연승을 거두고 있는 ‘두 명의 바둑기사’가 지난해 이세돌 9단에게 승리한 인공지능(AI) ‘알파고’라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패배자’ 중에는 중국의 커제 9단과 박정환 9단 등 세계 최고수들도 있어 바둑팬들이 경악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한국 인터넷 바둑 사이트 <타이젬>에 등장한 아이디 ‘매지스터(magister) 9단’은 한·중·일 프로기사들과 대국을 펼쳐 30연승을 기록했다. 올해 초부터는 중국 인터넷업체 ‘텐센트’가 서비스 중인 바둑 사이트 ‘한큐바둑’에 아이디 ‘마스터(master) 9단’이 나타나 13연승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매지스터 9단의 또 다른 글로벌 아이디가 ‘마스터 9단’이었다는 점, 바둑 스타일과 기량이 비슷하다는 점 등에서 이들이 ‘동일 인물’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특히 이들은 밤낮 가리지 않고 대국을 펼치면서도 지치지 않는 ‘괴물’ 같은 체력을 보여주는가 하면, 인공지능만이 가능한 정교한 계산력 등 압도적인 기량 차이를 보여 ‘사람이 아니다’라는 추정이 나온다.
바둑계에서는 마스터 9단과 매지스터 9단을 알파고로 보고 있다.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확인된 알파고 특유의 스타일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김영삼 9단 등 당시 대국을 지켜봤던 프로기사들은 “성능이 개량된 알파고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마스터 9단이 한국 국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점도 그의 정체가 알파고일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알파고는 지난해 3월 한국기원으로부터 ‘명예 9단’에 수여돼 한국 국적의 프로기사로 활동하게 됐다.
이번 대국들은 ‘마스터 9단에게 최초 승리시 1700만원 상금’이라는 이벤트로 진행되고 있지만, 구글·텐센트 등 업체들이 인공지능 성능 시험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알파고로 추정되는 ‘마스터 9단’이 한국의 김지석 9단으로 추정되는 ‘에어포스원 9단’과 대국 중이다. 인터넷 갈무리
지난해 12월 초 성적 등에서 프로기사들을 앞지른 바 있는 중국 텐센트의 바둑 인공지능 ‘절예 9단’‘형천 9단’과 마스터 9단의 대결 성사 여부도 관심사다. 절예 9단은 한·중 프로기사들을 상대로 80%대 승률을 올렸고, 절예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형천 9단’은 세계 챔피언 출신인 중국의 장웨이제·커제, 한국 1위 박정환도 꺾었다. 바둑팬들은 “이미 프로기사들과의 대국에서 우위가 입증된 마스터 9단이 성능 점검에 그치지 않고, 다른 AI와의 대결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인공지능인 절예 9단, 형천 9단과의 대결을 위해 영국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마스터라는 아이디로 이들이 활약한 인터넷 바둑 사이트를 찾았다는 것이다. 현재 한큐바둑에서 집계 중인 세계랭킹 1위는 형천 9단, 2위는 마스터 9단이다.
‘알파고 등장’ 소문에 바둑갤러리 등 커뮤니티 등에는 마스터 9단의 대국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바둑팬들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누리꾼들은 “이세돌 9단의 1승이 알파고에게 거둔 인류의 마지막 승리일 것 같다”(듀*****) “바둑 대회에 인공지능이 이름표를 달고 나오는 시점이 다가온 듯”(주*****) “마스터가 알파고든 아니든, 인간이 인공지능을 이기기는 글렀다”(의*****) “마스터가 제발 인간 프로기사였으면 좋겠다”(옵*****) 등 반응을 보였다.
유덕관 기자
yd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