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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바둑

한국 바둑계 ‘감’으로 나섰다가 ‘아뿔싸’

등록 2016-03-16 19:49수정 2016-03-16 22:12

알파고 정보 없이 대국 승낙
사회적 파장 클 사안
중국대회뒤 휴식기도 못가진
‘일인 천재’에 맡겨
이세돌 “다신 이런 대국 하고 싶지 않아”
“프로 기사로서 다시는 이런 대국을 하고 싶지 않다. 내가 하기로 한 거니까 감당한 거다.”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5번기를 1승4패로 끝낸 이세돌 9단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고통스러움은 알파고가 그에게 남긴 복기 과제다. 이번 대국에선 인간 이세돌의 투혼과 집념의 승부라는 측면과 동시에, 큰 사안을 결정할 때 메뉴얼 없이 감으로 움직였다가 뒷머리를 긁적이는 우리 사회의 취약점도 드러났다.

김만수 8단은 “구글에서 대국 제의를 했을 때 조건을 잘 따져보고 했어야 한다. 상대에 대한 정보도 없이 덜컥 받아들였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펼쳐졌다. 이세돌 9단도 (보통 하수에게) 지도기 5판 둬 준다고 생각했다가 고전하면서 당황했을 것”이라고 했다. 알파고 대국 직전에 중국에서 열린 농심배 바둑대회에서 3승1패를 기록하며 파김치가 된 이세돌 9단이 회복기도 없이 알파고와 맞붙게 된 것도 주도면밀하지 못했다. 인공지능 업계에서는 컴퓨터가 인간 바둑 고수를 무너뜨릴 것이라는 공감대가 오래 전부터 형성돼 있었지만, 바둑계에서는 전혀 그런 사정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세돌 9단의 개인 역량과 영향력이 큰 현실에서 한국기원 조직이 주도적으로 나서 그의 대국 일정을 관리하거나 관련 정보를 요청하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국이 불러온 사회적 파장을 고려할 때, 앞으로 한국기원이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는 메뉴얼을 마련해 그에 따라 일을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로 기사들은 알파고가 던진 1~5국의 기보를 연구할 과제를 떠 안았다. 김만수 8단은 “알파고가 둔 수 가운데는 기존의 정답이나 진리를 깨는 획기적인 수가 많았다. 한국과 중국의 젊은 기사들이 집단적으로 지혜를 모아야 하는 상황이다. 과거처럼 일인의 천재가 바둑계를 주도하는 상황이 퇴조할 수도 있다. 알파고가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고 했다.

이미 제약업체 등 5~6곳으로부터 광고(CF) 출연 요청을 받고 있는 이세돌 9단은 당분간 휴식에 들어갔다가 오는 30일 맥심배 입신최강전 8강전으로 되돌아온다. 맥심배 8강전에서 만나는 김지석 9단은 묵직한 공격형 기사여서 날렵하게 타개해나가는 이세돌과 ‘창과 방패’의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 첫 싸움이어서 팬들의 관심이 높다. 이세돌 9단이 한 차원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대국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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