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알파고와의 5번기 4국에서 180수 만에 불계승을 거둔 이세돌 9단이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활짝 웃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알파고가 패배를 인정하면서 화면에 띄운 “그만하겠다”(AlphaGo resigns)는 메시지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화면 갈무리
알파고 중반 실수 연발 무너져
이 “내일은 흑 쥐고 이기고싶어”
이 “내일은 흑 쥐고 이기고싶어”
이세돌 9단이 기다리던 승리를 따냈다.
이세돌 9단은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5번기 4국에서 180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3패 뒤 1승. 철벽 같았던 알파고도 이세돌 9단의 기막힌 한 수를 잘못 받아 흔들린 뒤, “18급이 된 듯한 이상한 수를 연발”하며 무너졌다. 기계를 이겨야 하겠다는 이세돌 9단의 승부욕이 통했고, 기계도 완벽하지는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세돌 9단의 작전은 바닥으로 기면서 실리를 확보한 뒤 결정타를 날리는 식이었다. 중반부터는 접근전이 펼쳐져 변화가 이뤄졌지만 약간의 우위. 하지만 알파고가 상변에서 중앙으로 집을 키우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놓은 백 70이 악수였다. 송태곤 해설위원은 “70은 한 칸 위로 더 깊게 들어갔어야 했다. 70으로 밖에서 삭감을 시도했다가 70 이후의 수로 안으로 파고들어 끊었다. 수순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감각에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이 끼운 78번 수에 알파고가 엉거주춤 받아 수가 났고, 이후 회로가 엉켜버린 듯 알파고는 바둑팬들도 놀랄 만한 실착을 양산했다. 김만수 8단은 “알파고가 갑자기 나빠진 상황에 엉뚱한 짓을 하기 시작했다. 바둑의 아름다움을 떠나 승부수를 던진 이세돌 9단이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이렇게 중앙에서 백의 활로를 연 이세돌 9단은 우위를 차지한 뒤 막판 초읽기 상황에서도 신중하게 경기를 운영해 승리를 거뒀다. 이 9단은 “15일 5국에서는 흑을 잡고 승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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