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브린(오른쪽) 구글 창업자와 ‘알파고의 아버지‘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왼쪽)CEO 12일 오후 알파고의 세번 째 대국이 열린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이세돌 9단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6.3.12 연합뉴스 구글 제공
이세돌 막판 초읽기 몰리자 장탄식 흘러나와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에 연패를 당한 이후 12일 진행된 세 번째 대국도 바둑 애호가들의 열띤 관심 속에 치러졌다.
이날 오후 1시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2층에 마련된 공개해설장에는 바둑애호가 약 20명이 모여 흥미진진하게 대국을 지켜봤다.
주말을 맞아 아내, 두 딸과 함께 기원에 나온 이동섭(44)씨는 대국 시작 전 “이세돌 9단이 내리 2패 해 충격을 많이 받았다”면서도 이날만은 이세돌이 이길 것이라는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이씨는 “알파고가 두는 스타일은 스스로 생각해서 둔다기보다 어떤 모양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추측하면서 “이세돌이 평소대로 새로운 수를 둔다면 충분히 이길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이세돌의 어린이 바둑 교과서’라는 책에서 바둑을 배운 지 한 달가량 됐다는 이씨의 맏딸 로은(8)양은 아빠에게는 이세돌이 이긴다고 했다면서도 누가 이길 것 같은지 묻자 혹시 틀릴까 부끄러운 듯 “모르겠다”며 얼굴을 붉혔다.
한국기원에 모인 애호가들 대부분도 이날 공개해설을 맡은 김영환 9단이 “이세돌이 이길 것 같은 분은 손 한 번 들어보시라”고 하자 대부분이 힘차게 손을 들어 한마음으로 이세돌의 승리를 점쳤다.
바둑 애호가들은 김 9단의 해설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중간중간 질문하기도 하면서 이날 대국을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김 9단이 “바둑을 잘 두려면 시간을 많이 써야 하고 수읽기도 잘해야 하는데 알파고는 잠도 안 자는 데다 집중력도 처음부터 끝까지 같아 이기기 어렵다”며 “사람이 죽을 때까지 둬도 바둑 3만판을 두기 어려운데 알파고는 하루에 3만판을 둔다지 않느냐”고 농담하자 애호가들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바둑 애호가들은 초반부터 전투를 시작한 이세돌을 응원하고 ‘이렇게 하면 기계를 이길 수 있다’며 김 9단과 의견을 나눴다.
그러나 알파고가 이세돌의 공격을 대부분 차단하자 점차 말을 잃었고 일부는 대국을 끝까지 지켜보지 않고 장내를 빠져나가기도 했다.
이어 오후 4시20분께 이세돌이 불리한 국면에 몰린 데다 초읽기에 들어가자 곳곳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4시50분께부터 이세돌이 하변에 ‘특공대’를 투입해 승부수를 던지자 스마트폰 화면과 기보판을 번갈아 보며 혹시라도 이세돌이 역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5시10분께 이세돌이 돌을 던지며 불계패를 당하자 아쉬운 표정으로 생중계 현장인 한국기원 대국장을 빠져나갔다.
대국을 끝까지 지켜본 이현준(56)씨는 “후반 패싸움이 흥미진진하기는 했지만 엄청난 팻감이 없어 사실 처음부터 이세돌이 끌려가는 모양새였다”면서도 “이세돌 같은 정상급 프로 기사가 자기 실력만 발휘하면 알파고와 반집 정도로 호각지세로 대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인간을 응원했다.
그는 “인간이 기계에게 져서 속상하다거나 하는 마음은 없다”면서 “알파고 역시인간의 과학과 수학이 축적된 결정체이므로 결국 인간이 승리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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